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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31. 2023

나도 몰랐지, 엄마랑 자전거를 10km나 탈 줄은.

낙동강변, 대저생태공원 자전거로 탐방하며, 서로의 체력에 감탄한 모녀!

학창 시절에 체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대체로 공부를 위한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였다. 잠깐 기억을 되새겨보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대학 입시에 열을 올리는 고등학생 3학년이 되면, 여학생들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픽 쓰러지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버리는 등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남녀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 힘든 입시 시기에 나가떨어지거나, 코피가 나거나, 아이 이제 못하겠다 하고 책상 위에 엎드린 적 없다. 내가 설렁설렁 대충 공부를 했는가 하면, 아니다.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여행 이야기를 내세우고 왜 갑자기 입시 이야기, 체력 이야기를 하느냐고? 이번 에피소드에 체력에 관한 깨달음이 가장 큰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부산 여행 일정,

양대 산맥이었던 "대저생태공원 자전거 라이딩"

엄마와 함께하는 부산 여행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다음으로 큰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대저생태공원 탐방이었다. 그런데, 그냥 탐방이 아니라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을 계획했다.

대저생태공원은 낙동강변 생태공원인데, 오리가 많고(왜 낙동강오리알이라는 말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음), 꽤 넓었다. 유채꽃길, 대나무숲길, 벚꽃길, 차량운행이 가능한 포장도로길. 이렇게 네 가지 길이 조성되어 있다.


참고로, 매년 개화 시기에 맞춰 4월에 벚꽃 축제가 먼저 열리고, 그다음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인해 축제가 몇 번 개최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열렸다.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은 이제 다 떨어지고, 유채꽃이 만발했을 시기였다. 하지만, 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유채꽃이 듬성듬성 피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철새들이 유채를 먹이로 삼아서라고....... ㅋㅋㅋㅋㅋ 중간중간 텅 빈 꽃밭을 볼 때마다 '참 야무지게도 먹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축제, 들판을 가득 채운 유채꽃을 즐기진 못했다. 하지만, 비교적 뜸하게 피어 있더라도 유채꽃밭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면 꽃 향기가 진하게 흘렀다. 그리고, 축제 기간에는 보행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 탑승이 금지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축제 안 한 덕에 자전거 라이딩이 가능했던 것이다!


대저생태공원의 4가지 산책로

: 꽃길, 꽃길, 대숲길 그리고 도로

대저생태공원을 빙 둘러보며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이 넓은 들판 형태의 공원에는 4가지 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각 유채꽃길, 벚꽃길, 대숲길 그리고 차량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다.

먼저, 유채꽃길은 흙길이다. 꽃밭 사이로 난 흙길을 지나다닐 수 있다. 우리 동네에 '나리공원'이라는 농원이 있는데, 꼭 그곳 같았다. 이 유채꽃길은 다른 계절에는 어떻게 가꿔두는지 모르겠다. 다른 꽃을 심어 가꾸나? 유채꽃길은 앞서 언급했듯이 흙바닥이기 때문에 자전거로 지나가려면 매우 힘들다. 하지만, 꽃향기를 맡으며 눈호강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힘든 것을 감수할 만큼 보람이 있다. 바람에 스쳐오는 향기가 몸에 밸 것 같이 진하다.

벚꽃길은 자전거 도로포장이 되어 있어 훨씬 운행이 수월하다. 다만, 길이 좁기 때문에 보행자 이동에 주의하고, 다른 라이더의 이동에도 주의해야 한다. 벚꽃이 흩날리는 시기에는 아무래도 축제 기간일 테니 자전거 이용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꽃이 다 진 후에도 자전거 타며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옆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도 예쁘게 부서지고, 강바람에 사르르르 하고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마치 파도소리 같아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량도 운행하는 포장도로에서는 보행자, 자전거에 더해서 차량도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험난하기로 유명한 부산의 다른 도로에 비해서 안전한 도로였다.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서행했다. 개화 관련 행사 기간이 아니면 차량이 많이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주행하기 좋을 것이다.

대숲길은 자전거 탑승이 아닌 보행로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이 길 입구를 보니, 바닥에 야자나무멍석이 깔려 있었다. 숲길이나 동네 산 등산로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길이 얼마나 푹신하고 걷기 좋을지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엄마와 자전거로 대저생태공원을 누볐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밟아보지 않은 길이다.


엄마와 나의 깨달음,

우리는 건강하고, 하고 싶은 걸 해낼 수 있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에는 엄마가 자전거를 그리 잘 타시는지 몰랐다. 어디 강변 나들이를 가거나, 자전거 레포츠 즐기기 좋다고 알려져 있는 남이섬에서도 그리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을 못 봤다. 이번 부산 여행을 통해 '과거의 그때마다 엄마는 그냥 우리 노는 걸 보고 본인은 참고 계셨던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채꽃밭 사잇길이 흙바닥인 데다 전날 비가 와서 땅이 젖어있었다. 그래서 페달을 밟아도 시원스레 나가질 않아 힘들어서 잠시 멈출라 치면 뒤에서 따릉따릉하는 경쾌한 경적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경쾌한 목소리로 엄마가 외쳤다. "빨리 밟아!!! 멈추지 마! 왜 또 멈춰! 앞서 가 얼른! 따라가게!"

해맑은 미소로, 경쾌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 치고는 굉장히 무서운 코치 같은 말씀이었다. 자전거 타는 내내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경적소리와 멈추지 말라는 엄마의 외침에 시달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

열심히 페달을 밟은 결과, 우리 모녀는 각각 자전거로만 10km 이상을 달렸다. 그리고, 둘 다 서로의 체력에 놀랐다. 앞으로 어디 어디의 걷기 여행과 등산여행과 자전거 여행도 해도 되겠다고, 이미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 다음 여행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ㅋㅋㅋㅋㅋ


내게는 서울에서 따릉이 타고 한강변을 산책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색도 바람도 더 좋은 낙동강변에서 그 바람을 실행해 볼 줄은 몰랐다. 유채꽃 사이를 누비고,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고 향기를 맡으며 즐거웠다. 아, 낙동강에서 너무나 흔히 보였던, 동동 떠다니는 오리 떼의 귀여운 움직임도 좋았다.

앞으로는 겁먹지 말고, 안될 거라고 지레 막아버리지 말고 좀 더 크게, 좀 더 좋은 꿈을 꾸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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