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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25. 2015

#7. "우리 다시 만나자"

죽음/입관 체험, 그리고 그때 느낀 점

사진 출처: 교내 행사에 참여하여 직접 찍은 사진. 건물 내부에 죽음에 관한 여러 사진,그림,읽을거리를 전시해두었다. 전시물을 감상하며 체험순서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몰입을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뉴스와 신문과 인터넷에 가득하다. 진눈깨비가 와서 날씨도 하루종일 어둡다. 죽음/입관체험에 대해 떠올려보게  된다.


2) 얼마 전, 교내 동아리에서 스스로의 장례를 체험해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학교 강당 하나를 장례식장처럼 꾸며두고, 진행요원들은 상복처럼 올블랙으로 차려입었다.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글을 먼저 쓰고, 모형국화로 헌화를 하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한 다큐멘터리 클립을 본 뒤 몇 분간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갔다.


몸에 꼭 맞는 나무관 안에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내가 평소에 내게 가치있다고 믿던 것들이 사실 내게 아무 가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또 만나"라는 말의 깊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입관 전에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상(인간극장이었던 것 같다) 속에선 어머니가 암 말기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며 딸은 "나 잊으면 안돼 엄마"하고, 남편은 "먼저 가 기다려, 우리 애들 잘 키워놓고 나도 나중에 따라갈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입관을 해서  "먼저 가있어"란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종교를 굳게 믿는 사람이 아니라도 "좋은 데 가 있어/좋은 데 가셨을거에요"등의 말을 한다.

어디어디 가 있어 라는 말은, 가 있을 그 사람을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비추는 말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 또 만나/먼저 가 있어/나 잊지 마"등의 말을 들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어느 어른께서 해주셨던 조언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조언을 들은 적 있다.

"자기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깨우쳐, 남 따라하려 애쓰지 말고 자기에 맞게 살거라."


죽음/입관체험을 통해 내게 있어서 "잘 산다"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

누군가 나와 또 만나고싶어 한다면, 내게 자길 기억해달라고 한다면 그게 잘 산 인생일 것 같다.


2015.11.25.물.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굉장한 불안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입관을 하지않더라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보고 향을 피우고 국화를 헌화해보는 것 까지만이라도 해보길 권한다. 여러 생각이 스쳐갈 것이다.


**향 피우다가 펑펑 울 뻔했다.눈물이 눈에 가득 고인 채로 꾸역꾸역 참았다. 공연 하기 전의 나와 해보고 난 뒤의 나는 감수성 면에서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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