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많이 소비하면서 리뷰 작성은 안 하고 있던 이유
11월 초부터 다시 불렛저널을 활용해서 기록을 하고 있다. 주요 활용처는 형성하고 싶은 습관(루틴) 체크, 그리고 일상 기록이다. 일상 기록 중에 이전과 다르게 '시청한 콘텐츠'는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있다. 그런데, 보름 조금 넘기고 나니 벌써 리스트에 8가지의 콘텐츠가 채워져 있다. 와우, 리스트 채우는 속도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빨라 놀라고 있다. 이야기를 접하는 것을 좋아해서 콘텐츠를 평소에 자주 보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자주, 다양하게 소비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영상과 글 콘텐츠를 제법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뷰는 아주아주 드물게 쓰고 있다. 내가 선택한 콘텐츠에 대해서 리뷰 쓰기가 몹시 어렵다. 리뷰에는 전문성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중에서도 '영화'만 보더라도 너무나 전문적인 리뷰어들이 멋진 영상, 멋진 문자의 글로 내가 지금 본 그 영화의 리뷰를 이미 해두었다. 그 사람들과 싸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리뷰를 쓰기도 전에 괜히 기가 죽는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
이 콘텐츠에 대해서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을 하며 몇 문장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 결국, 몇 줄 밖에 안 되는 초안을 저장해 두고 다음에 마저 쓰자 하면서 글 쓰던 창을 닫는다. 그러고 나면 며칠, 몇 주, 몇 개월간 잊히는 것이다. 이왕 고백의 에세이를 쓰는 김에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그렇게 빛을 보지 못한 공연 리뷰, 영화와 드라마와 숏폼 콘텐츠 리뷰가 수십 개다. 십 수 가지가 아니라 수십! 물론 이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도 켜켜이 쌓여 있다.
예전에 바이올린을 배운 적 있는데, 레슨 받을 때마다 선생님께서 쿡쿡 웃으셨다. "바이올린 처음 배우는 분들은 집중할수록 엉덩이가 뒤로 쑥 빠지는 이상한 자세가 되어버린다, ㅇㅇ씨도 지금 그렇다."라고 하셨다. 어디에 힘을 줘야 하고 어디 힘을 빼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채로 집중을 하면 꼭 그런 자세가 나왔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과 활을 꼭 쥔 채로 궁둥이는 쑥 뒤로 빼고 상체는 앞으로 좀 기울어진 모양이 되었다. 고수가 보기에 얼마나 우스웠을까, 지금 상상해 보는 나도 웃긴데 말이다. 활을 쥐는 손가락과 지판을 짚는 손가락에만 힘을 주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 외의 신체에도 힘이 빡! 들어가서 문제였다. 바이올린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해서 힘을 빼는 법을 마저 다 익히지 못한 채 그만뒀다.
글을 가볍게 쓰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 그래서 초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메모들만 양산하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것에도 바이올린 연주할 때와 마찬가지의 이치가 있는 건 아닐까? 글을 쓸 때는 어떤 부분에 힘을 빼고, 주는 것이 좋을까?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처럼 글을 쓰려고 애쓰는 힘이 불필요한 힘일 것 같다. 우선은 '매일 어떤 글감이라도 잡고 쓰는 것'에 힘을 주는 것이 좋겠다. 매일 쓰고, 기록을 남기다 보면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도 좀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다른 사람의 글이 멋져 보인다고 해서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라, 매일 쌓인 나의 글을 데이터 삼아서 어떤 글을 쓰는 것이 더 즐거운지, 더 편안하게 써지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 쓰다 보면 이전에 모르던 것들을 더 알게 되고, 기회도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do it!
커버 이미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
2023.11. 감상하다가 찍었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