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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20. 2023

읽기와 쓰기가 천직임

Born to read, Born to write

동경하던 다른 재능만큼 반짝거리진 않더라도, 이젠 내가 가진 꾸준함을 마주할 수 있다.


Born to read, born to write
읽기와 쓰기가 천직


회사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10분이라도 남으면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책을 챙겨 왔다. 책을 가방에 그대로 넣자니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집에 있던 파우치에 책을 넣어 왔다. 평소에는 태블릿을 넣어두는 용도였지만, 사실은 북커버로 쓸 수 있는 파우치이다. 책벌레들을 위한 굿즈로 유명한 '알라딘'에서 구매했던 파우치. 앞면에는 고전 <모비딕>을 모티브로 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Born to read"

알라딘 굿즈에서 도서 관련 상품에 대해 밀고 있는 문구다. 이마트에서 만든 '노브랜드'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문구가 오늘따라 눈에 띄었다.


마이클 잭슨, JYP, 예체능계 진학 꿈나무였던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저 사람은 저걸 하기 위해 태어났나 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도 발견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부러웠다.


반면에 나에게는 특출 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생각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과 섞이며 자랐다. 예체능계열에 대한 동경으로 발전했다. 공연과 영화 콘텐츠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족하게 여기지 못했다. 그 분야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아갔다.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해 보고 그만두기로 했기 때문에 '더 해볼걸'하는 미련은 없다. 다만, 요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좀 슬프기도 하다. 일원이 되고 싶어서 뛰어들었지만, 사실 그 분야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 안쓰럽다. 그래도, 동료들과 힘들고 피곤하고 즐거운 훈련의 시간을 보냈던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다양한 인물 표현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배웠다. 안부를 묻는 멋진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안될 거야라고 상상하던 거의 모든 것들을 해봤다. 발레를 한다던가, 연기를 한다던가, 뮤지컬 보컬 레슨을 받아본다던가, 무대에 서본다던가, 내가 상상한 움직임을 연출에 활용해 본다던가.


파우치 뒷면의 한 문장을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오늘의 식사(휴식) 시간 독서량은 평소 읽는 양에 못 미쳤다. 다시 업무로 복귀할 시간이라는 알람이 울려서 도시락 가방과 책과 파우치를 주섬주섬 담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데?


엄청난 일을 해낼 만큼 대단한 실력은 아니라도, 꾸준히 읽고 쓰고 있다. 학창 시절에 부러워하던 반짝반짝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나는 born to read, born to write라고 소개할만한 삶을 쭉 살고 있었다.

여전히 빛나는 인생이 부럽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이젠 내가 가진 것도 차분히 들여다보고 인정할 만큼 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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