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서 소름돋는 표현에 대한 생각
대구 친구들은 “졸려” 라는 말이 어색해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잠이온다” 또는 “잠와” 라는 말을 쓴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자주 한 말이 배고파 피곤해 졸려였는데, “졸려”라는 말을 할 때마다 된통 우와 표준어다 와 서울사람이다 우와 서울여자다 라는 놀림을 받았다 ㅋㅋㅋ
나는 독서할 책을 고를 때, 이런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요즘 관심있는 분야인가, 유튜브 클립을 보다가 추천받았는가. 우스운 점이 있는데, 앞서 말한 두 가지 경우보다 더 많은 책을 다른 책을 대여하러 갔다가 이거 재밌겠다 싶어 덩달아 대여해옴으로써 읽었다.ㅋㅋㅋㅋㅋ ”친구따라갔다가 캐스팅 됐어요“의 책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ㅋㅋㅋㅋ
특정 작가의 진중한 팬은 아니다. 두루두루 읽는다. 분야는 경제경영 그리고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 일상 만화도 포함한다. *진중한 팬은 아니지만,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
그래서 내겐 누구누구를 읽는다 라는 표현이 대구 친구들이 ‘졸려’에 대해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페스트를 읽는다 가 아니라 알베르 카뮈를 읽는다? 레미제라블을 읽는다가 아니라 빅토르 위고를 읽는다? 아무래도 입에 안 붙고 이상하다.
클래식 들을 때도 누구누구의 교향곡 몇번을 들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누구누구를 듣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작곡가 이름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도 닭살이 돋는다. ㅋㅋㅋㅋ
책이나 클래식 곡으로 나는 이런 문화를 향유하는 멋진 사람이야 라고 뽐내듯이 말하는 것 같다.
아 그러고보니, 내 친구들은 졸려 라는 단어가 귀여운 척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귀여워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말이 잠온다 라는 말보다 익숙하고 습관이 된 것 뿐이다. 말하면서 아무 생각 없다. 진짜 졸려서 졸린다고 하는 것일 뿐이다.
클래식 곡 감상하거나 책 읽을 때, 만든이의 이름을 붙여 듣는다거나 읽는다고 말하는 것도 그냥 습관인걸까? 다음에 모차르트를 듣는다던지, 정세랑을 읽는다던지 하는 친구를 발견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물어보며 대화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