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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Dec 01. 2023

뭘 하든 잘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다

글, 노래, 연기, 춤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애써 공부해 준비해 갔던 연기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들은 적 있다.

'힘을 빼고, 옆자리 친구한테 말해주듯이 해봐' (실행함) '그래, 이렇게 잘하는데!(아까는 왜 그랬냐는 반응이셨음)'

어리둥절했다. 열심히 준비해 간 계산보다 평소의 나 같은 모습이 더 좋은 연기라니?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해한다. 꾸밈없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 그게 더 어려워서 연기가 어려운 거구나!

*이때 대사가, '나 오늘 어떤 남자한테 뺨을 맞았다?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다짜고짜 뺨을 때리더라고?'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희곡이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각하게 연기하는 것보다 발랄한 일상 버전으로 연기하는 게 더 호평을 받았던 것인데, 이걸 연기라고 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며 수행했다. 연기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보여줬던 거라서 '이게 연기인 걸까?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괜찮다고? 좋다고? 이상한데?'이라고 고민했던 것이었다.


춤을 출 때도 '음 안 되겠다. 우리 여기 불 꺼놓고 다시 해보죠' (네? 안 보일 거 같은데요) '안 보이라고 끄는 거예요. 거울 속 내 모습으로 틀리는지 안 틀리는지 신경 쓰다 보면 표현을 잘 못하게 돼요.' (불 끄고 실행함) '이거 봐요, 더 자연스럽고 더 잘 움직이잖아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힘을 빼고 자기를 믿고 춤추면 잘하신단 말이에요.'라는 대화를 했었다.

진짜로 불을 끄고 춤을 추니 더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두 번째 사건이다. 그리고 이 경험도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엥? 하고 어리둥절해 있었다.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노래할 때는, 분명 혼자서 연습 삼아할 때는 음도 잘 올라가고 힘도 안 들어가던 곡들이 실전에서는 넘지 못할 벽 또는 산처럼 느껴졌다. 이땐 내 몸이 경직되어 있고,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레슨을 받을 때는 이런 조언을 들었다.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표현 참고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람처럼 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게 좋아. 잘해야 돼하면서 힘을 넣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노래하면 되는 거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힘을 빼야 한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나는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 가게나 방문한 여행지, 감상한 콘텐츠 등이 마음에 들어 리뷰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잠깐, 이거 업로드하면 누군가 보는 거잖아. 쓰읍... 이런 식으로 시시콜콜한 감상을 쓰는 것은 별로 공유할 만한 글이 아닌 것 같은데? 좀 더 아이디어를 짜내보자' 이렇게 사고의 전환이 되어버린다.

가볍게 쓰고 넘기려던 리뷰가 어느새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스스로 무거운 짐으로 변형시켜 버린 글들은 한 줄의 메모로, 혹은 제목만으로 아직 '저장된 글'에만 남아 있다.

하지만, 생각한 것을 읽기 쉽게, 흐름이 자연스럽게만 다듬어서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글 쓰고 업로드하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이.

좀 더 어렵고 세련된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 아버지의 인생조언을 빌려와야 하겠다. 내가 성인이 된 후로 아버지께서 자주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뭐든 억지로 애쓰지 말고, 순리대로."

연기도, 춤도, 노래도, 글쓰기도 그리고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순리대로. 물 흐르는 것처럼.

알면서도 잘 안된다. 자주 까먹어버린다. 하지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자연스러움이 습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삶 이곳저곳에 자리 잡을 거라고 기대한다.

글을 쓰는 것부터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물론, 내 좌우명은 노력은 배신을 모른다이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필승, 압승, 전승이긴 하다. ㅋㅋㅋㅋㅋ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 신념과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내 사고방식에 대해 약간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내가 이해한 '순리대로, 자연스럽게'는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힘쓴 뒤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물 흐르듯 흐르게, 말하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이,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다.


폭포를 곁에 두고 새소리 나는 초록빛 숲 속에서 나무 봉이나 돌덩이 등으로 단련하는 수행자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왜지? 아무래도 내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은 취향으로 무협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시는 아빠 옆에 앉아 종종 보던 콘텐츠 속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어 있나 보다. ㅋㅋㅋㅋㅋ

사진: Unsplash의didin eme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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