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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30. 2023

즐겁게 달렸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내년 봄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가 벌써 모집 마감이라고?

큰 대회라더니, 마감이 되었다. 9월부터 신청을 받았으니 당연한 건가? 아직 아무 준비도 없이, 흥미로 등록하려던 것이면서 아쉬웠다. 왜 아쉽지? 내가 달리기를 좋아했던가? 즐겼던가?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겠다고 마음먹고 제대로 달려본 적이 있던가?

사진: Unsplash의Nathan Dumlao

샤워 시설이 없는 학교에서 온 힘을 다해 체육활동을 하고 4~6시간을 버텨야 하는 찝찝함을 일찍 알아버렸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체력장은 그냥 수업 없고, 운동장을 다소 힘들게 산책하는 시간이었다. 온 힘을 다해 임하는 친구들이 신기했다. 당시 내 생각은 이랬다.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 땀나는데. 이거하고 나서 4교시를 샤워 없이 버텨야 하는데?"


고등학교에 간 뒤에는 체육시간에 주로 그늘, 푹신한 곳(예를 들어, 매트 쌓아둔 곳)을 찾아다녔다.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 스트레칭이라도 할 법했다. 하지만, '그런데 쓸 에너지조차 아껴서 머리에 몰아주겠다'라는 궤변을 신조 삼았다. 한 번은 체육 선생님께서 한 동급생을 가리키며 "네가 영어로 체육이라는 단어를 지금 여기에서 대답한다면 자유시간을 주겠다."라고 하셨고, 나는 친구에게 귓속말로 답을 알려줬다. "P.E. Phisical Education." 체육 선생님께서는 얼굴 모든 근육으로 진짜 많이 놀라셨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우리 반은 그 시간에 자유시간을 얻었고, 나는 영단어 노트를 복습할 시간을 벌었다.


초등학생 때는 자발적으로 남 동급생들 사이에 끼어 축구를 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맘 잡고 달려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대학생활이 머리를 스쳤다.

맞다, 난 대학생 때 정말 많이 달렸다. 목표도 확실했다. 지금 들어오는 저 전철을 놓치지 않으리, 환승하는 곳에서 좀 더 빠른 차를 타서 앉아서 갈 테다. 또는 아는 사람 없이 수강하는 강의에서 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기 위해서 캠퍼스 반대편 건물에서 해당 건물로 가는 루트를 3분 안에 돌파하겠다!

특히, 캠퍼스 이쪽 끝 건물에서 정 반대편 건물 강의실로 냅다 달릴 땐 이상하게 희열도 느꼈다. 가을학기에 다음 수업 이동을 위해 달릴 때가 가장 기분 좋았다. 폐 깊숙한 곳까지 시원한 공기가 들어가는 느낌이고, 짧은 시간이지만 온 힘을 다해서 달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했다. 물론, 대학에서도 샤워시설이 없어 땀이 난 상태로 수업을 들어야 하긴 했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보다는 자유로웠다. 땀에 흥건히 젖은 채로 좁은 공간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넓고 환기가 잘 되는 로비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달리기를 꾸준히 해본 적이 없는데, 이왕 눈에 들어온 김에 취미로 해볼까 생각한다. 다른 운동들에 비해서 마음가짐이나 경제적 진입장벽이 낮은 점이 좋다. 실내/실외, 혼자/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본인의 빠르기(페이스)를 측정할 수 있는 어플, 기기 등으로 자기 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지난해에 <아무튼, 달리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달리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SNS에서 달리기를 꾸준히 하며 콘텐츠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하트만 날릴 뿐이었다. 이젠 머릿속 말고 실제로 몸으로 좀 움직여봐야겠다.

비활성화해 뒀던 달리기 훈련 어플을 다시 스마트폰 홈 화면에 꺼내놓는다. 자, 일단 이걸로 하나 실행! :)

*오늘 출근 전 운동도 했다. 이걸로 오늘은 두 개 실행! 컨디션 잘 챙기며 '달리기'에 좋은 몸 상태를 가꿀 것이다. 몸을 만들다 보면, 달리기든 춤이든 다른 어떤 운동이든 '어 이거하고 싶다'하고 뛰어들기에 더 좋을 것이다 :D 달리기를 생각하며 몸 만들 거라고 했으면서, 그새 다른 운동들도 할 수 있겠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나도 참 한결같아서 어쩔 수가 없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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