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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Dec 08. 2023

증명하려 애쓰는 글쓰기 말고, 즐겁게 기록하는 글쓰기

꾸준히 즐겁게 나의 취향을 기록하는 글을 썼고, 쓰고 있고, 쓸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즐기는 것에 대해서 아무 의도 없이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익숙했다.


대학생 때는 뮤지컬에 대해 어떤 의도 없이 그냥 기록했다. 그때 나는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공연에 관심이 있거나, 문화기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하고 교류하며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져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외국 여행을 갔다가 어떤 공연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공연하면 이 사람이라고,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말해줬다.


올린 콘텐츠는 별다른 것은 없었다. 지금보다 더 투박한 글과 사진이 피드에 가득했다.

내가 접한 공연계 소식을 스크랩하면서 내 생각을 한 줄에서 많게는 대여섯 문장 적어 공유했다.
관람한 공연에 대한 짧은 감상이나 분석 리뷰도 썼다.
관심 있게 보던 배우의 근황도 메모했다.

공연 특강에 신청하고 싶다는 것, 신청한 특강에 참여하러 간다는 것, 특강 참여 후기.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
어떤 공연 관련 활동에 참여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한 번은, 거대한 대학 도서관에서 공연기획과 연기에 관한 책이 쭉 꽂혀 있는 책장을 발견했다. 흥분한 채, 여기 있는 책을 졸업 전에 다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다는 글도 썼다. 실제로 몇 권의 책을 제외하고는 훑어서라도 다 읽었다. 그때 읽은 책에 대한 리뷰도 남겼다.

대학에서 공연 관련 강의를 듣게 되어 기쁘다는 것, 과제가 공연 관람이라서 과제하러 공연장에 간다 신난다 라는 내용의 감상도 남겼다.


간혹 재밌게 본 만화나 학교생활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공연 이야기였다. 공연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하루에 몇 가지씩이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경험 덕에, 하나의 주제에서 여기저기로 이야기를 뻗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나의 주제로 나의 콘셉트가 결정되면,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건너 건너 소개받아서 재밌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이후로 여태까지 다시 그런 경험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 프로그램, 취업 등을 거치며 '자기소개서' 내지는 '이력서'를 준비하는 게 익숙해진 탓인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에 관심을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지 증명해야만 한다는 강박. 그 기록이 공개적으로 어디 어디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온라인 서비스 어디에서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그런 콘텐츠를 보며,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피로한 만큼 '나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도태되는 건 아닐까?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의 나도 피곤한데, 다수의 사람들도 피곤하지 않을까? 나 좀 알아달라는 광고 같은 콘텐츠와 그런 콘텐츠를 나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 피로에서 탈출해, 또 기쁘게 기록하고 취향과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그러니까, 되새겨본다.


'이걸로 알려지고 싶다'라는 욕망이 아니라, '이것 가까이에서, 쭉 그렇게 즐겁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쓴다.

자랑하려는 의미는 담지 않는다. 담담하고 즐거운 나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기록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도 놓아준다. 도움이 되고 말고는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다. 나는 그냥 나의 일상 속 즐거움을 소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내가 뭐 하는 인간이라고 '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즐기는 것 꾸준히 기록하기!



커버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의 MI P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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