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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an 22. 2024

엄마와 딸램, 각자 추억이 어린 장소에 추억 덧붙이다

서울역, KTX 열차 내부, 대구역, 그리고 부산역

부산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엄마와 딸램은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매일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추억이 담긴 장소나 공간에서 나누는 추억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서울역

엄마는 아빠와 데이트를 하실 때 서울역을 지나가거나 이용하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와 딸램이 서울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땐, 그보다 더 나중의 추억을 이야기하곤 했다. 바로, 딸램이 참여한 플래시몹이 주제였다.

딸램은 대학생활 중에 서울역에서 진행하는 플래시몹에 참여했다. 나름 고민해서 콘셉트를 잡은 꾸밈새(의상) 덕에 지금도 영상을 보면 한눈에 찾을 수 있다.

그때 그 광장은 참 추웠는데, 그 날씨에 그 옷을 입고 섰으니 미쳤다는 행인들의 말을 듣기도 했지. ㅋㅋㅋㅋㅋ 하며 추억의 장소 인증샷을 찍곤 승강장으로 향했다.


KTX열차 내부

엄마는 KTX를 처음 탑승해 보시는 것이었다. 열차의 빠른 속도와 편안함,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의 편안함을 즐기며 기차여행을 즐기셨다.

반면, 딸램은 탑승 경험이 있었다. 맨 처음 탑승했던 것은 대학 입학을 앞둔 겨울, 남동생과 단둘이 부산에 계신 이모댁에 방문했다가 귀가할 때였다. 사실, KTX가 아닌 열차를 예매해 두었는데, 하루 더 자고 가라는 이모부와 이모의 권유에 표를 취소했더니 이모부께서 잡아주신 예매였다. 당일치기였던 여행일정이 1박 2일로 갑자기 변경되면서 벡스코에도 가보고, KTX도 탑승해 봤다.

당시에 열차의 쾌적함과 빠른 속도에 나도 놀랐지만, 동생의 반응이 더 재밌었다. 신기해하는 자신을 촬영하는 내게 살짝 짜증을 담아서, 빨리 앉으라고 속닥속닥 입모양으로 말하듯 하던 동생 모습은 지금도 영상으로 소장 중이다.

그때 동생은 이런 반응이었는데, 엄마는 좀 더 차분하게 놀라워하시는군요.

딸램과 엄마는 동생이 출연하는 그 영상을 떠올리며 푸흐흐 하고 함께 웃었다.


대구역

엄마는 결혼 전, 대구에 계신 시댁 식구들께 인사를 드리러 가셨단다. 딸램은 대학졸업 직후, 끝까지 가보고 돌아오겠다며 호기롭게 자칭 '뮤지컬 유학'을 하러 대구에서 지낸 적이 있다.

서울에서 탄 부산행 KTX, 대구를 지날 즈음엔 여행 준비와 이른 출발로 노곤함이 겹쳐 잠들락 말락 한 상태에 접어드는 때다. 그래서인지 대구역을 지나면서 엄마와 딸램은 추억의 장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딸램은 무거운 눈꺼풀이 느리게 움직이는 시야 사이로 대구역을 보면서 묘한 그리움을 느꼈다.

대구역에 있는 어느 매장의 위치, 버스를 기다리며 자주 들락거리던 편의점, 버스 승강장의 모습, 처음엔 참 신기했던 대구역 앞 버스정류장의 안개분사 구역(더위 식히라고 물을 안개분사해 준다 ㅋㅋㅋㅋㅋ 아마 대구 사람들은 양주의 겨울 버스승강장 엉따 의자와 바람막이 가벽을 신기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구역에서 무슨 노선을 타고 조금만 더 가면 있던 내 대구생활 숙소, 동료들과 연습하던 공간, 친목을 다지던 거리, 생각이 많을 때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걷던 새벽 골목, 동료들과 나누던 시간과 고민과 격려와 음식 등 여러 추억을 홀로 되새겨봤다.

딸램에게 대구는 제2의 고향 같은 도시로 남아있다는 걸 딸램은 느꼈다.


부산역

아빠와 엄마께서 첫 장거리 데이트를 즐긴 곳이 바로 부산이라고 하셨다. 부산역에 도착해 찍으셨던 아빠 사진을 보면, 아주 해맑게 웃는 청년이 서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희망에 차 있는 눈빛이 마치 소년만화에 나올 것 같은 생기발랄한 주인공 같다. 하지만, 엄마께서 딸램에게 말씀해 주신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시에 비가 정말 많이 와서 부산역 계단에서 광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마치 폭포 같았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

엄마는 이전에 폭우로 인해 도심 곳곳이 잠긴 상태에서 귀가하는 공포를 느껴보셨기에 걱정이 앞섰건만 아빠께선 아니셨다고 한다. '내 짝꿍과 여행을 왔다! 헤헤'하는 해맑음이 가득 담긴 그 사진을 떠올리며, '그런 날씨에 그렇게 신났던 거야'하는 엄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부산역을 나섰다.


부산에 도착했으니, 이제 정말 '부산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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