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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Feb 20. 2024

엄마, 우리 전지훈련 온 거였어요?

엄마랑 자전거를 10km나 달릴 줄은 몰랐다.

학창 시절에 공부 열심히 하던 딸램은 많은 선배들, 선생님들로부터 체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대체로 공부를 위한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였다.

잠깐 기억을 되새겨보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대학 입시에 열을 올리는 고등학생 3학년이 되면, 여학생들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픽 쓰러지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버리는 등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남녀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딸램은 그 힘든 입시 시기에 나가떨어지거나, 코피가 나거나, 아이 이제 못하겠다 하고 책상 위에 엎드린 적 없다.

딸램이 설렁설렁 대충 공부를 했는가 하면, 아니다.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여행 이야기를 내세우고 왜 갑자기 입시 이야기, 체력 이야기를 하느냐고? 이번 에피소드에 체력에 관한 깨달음이 가장 큰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낙동강변, 대저생태공원을 자전거로 탐방하면서 엄마와 딸램은 서로의 체력에 감탄했다.

둘 다 몰랐지, 자전거를 타고 강변 공원을 10km나 누빌 줄은!


부산 여행 일정, 가장 중요한 이벤트 두 가지 중 하나였던

"대저생태공원 자전거 주행"

엄마와 함께하는 부산 여행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다음으로 큰 행사가 있었다.

바로 대저생태공원 탐방이었다.

그런데, 그냥 탐방이 아니라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을 계획했다.


대저생태공원은 낙동강변 생태공원이다.

왜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강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가 많았고, 강 폭도 넓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후련해졌다.


참고로, 이 공원에서는 매년 개화 시기에 맞춰 4월에 벚꽃 축제가 먼저 열리고, 그다음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인해 축제가 몇 번 개최되지 않다가 2023년에 다시 열렸다.

엄마와 딸램이 방문했을 때는 벚꽃은 이제 다 떨어지고, 유채꽃이 만발했을 시기였다.


하지만, 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유채꽃이 듬성듬성 피어있었기 때문이다.


축제가 개최되지 않은, 유채꽃 개화가 100%로 완벽하지 못한 이유는 공원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기사로 확인했다.

바로 철새들이 유채를 먹이로 삼아서라고....... ㅋㅋㅋㅋㅋ

중간중간 텅 빈 꽃밭을 볼 때마다 '참 야무지게도 먹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축제, 들판을 가득 채운 유채꽃을 즐기진 못했다.

하지만, 비교적 뜸하게 피어 있더라도 유채꽃밭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면 꽃 향기가 진하게 퍼졌다.

그리고, 축제 기간에는 보행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 탑승이 금지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축제 안 한 덕에 자전거 라이딩이 가능했던 것이다!

엄마와 딸램의 깨달음,

우리는 건강하고,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딸램은 자전거를 타면서 정말 놀랐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에는 엄마가 자전거를 그리 잘 타시는지 몰랐다.


어디 강변 나들이를 가거나, 자전거 레포츠 즐기기 좋다고 알려져 있는 남이섬에서도 그리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을 못 봤다. 이번 부산 여행을 통해 '과거의 그때마다 엄마는 그냥 우리 노는 걸 보고 본인은 참고 계셨던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대해서 우스운 일화가 있는데, 소개해보겠다.

엄마와 딸램이 공원에 간 날, 유채꽃밭 사잇길인 흙 길이 젖어 있었다. 전날 비가 와서 진 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페달을 밟아도 시원스레 나가질 않아 힘들어서 잠시 멈췄다 가고 멈췄다 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멈추려고 하면 딸램의 뒤에서 따릉따릉하는 경쾌한 경적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보다 더 경쾌한 목소리로 엄마가 외쳤다.


"빨리 밟아!!! 멈추지 마! 왜 또 멈춰! 앞서 가 얼른! 따라가게!"


해맑은 미소로, 경쾌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 치고는 굉장히 무서운 코치 같은 말씀이었다.


"엄마, 바닥이 질어서 잘 안 나가..."

"그래? 그럼 내가 먼저 가야지! 히히"


자전거 타는 내내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경적소리와 멈추지 말라는 엄마의 외침에 시달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


열심히 페달을 밟은 결과, 우리 모녀는 각각 자전거로만 10km 이상을 달렸다.

그리고, 둘 다 서로의 체력에 놀랐다.

앞으로 어디 어디의 걷기 여행과 등산여행과 자전거 여행도 해도 되겠다고, 이미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 다음 여행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ㅋㅋㅋㅋㅋ


2023년 부산 여행을 하기 전, 딸램에게는 서울에서 따릉이 타고 한강변을 산책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로 강변을 산책하고 싶다는 바람을, 색도 바람도 더 좋은 낙동강변에서 실행할 줄은 몰랐다.


유채꽃 사이를 누비고,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고 향기를 맡으며 즐거웠다.

아, 낙동강에서 너무나 흔히 보였던, 동동 떠다니는 오리 떼의 귀여운 움직임도 좋았다.


앞으로는 겁먹지 말고, 안될 거라고 지레 막아버리지 말고 좀 더 크게, 좀 더 좋은 꿈을 꾸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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