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경험 x, 한국무용 경험 x. 그래도 괜찮아!
2023년 전주 여행 중, 우연히 관람한 검무 시연에서 반했다. 몸은 부드럽게 움직이는데, 손에 든 건 검이라는 번쩍이는 무기였고, 분명 아름다운 여성인데, 검무를 추는 모습은 절도 있고 기개가 있었다. 맘에 드는 디자인의 예쁜 네일아트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느라 바벨을 쥐는 손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검무 무대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그렇게 반했던 검무에 대해서 원데이 클래스가 있다기에 스케줄을 맞춰 달려갔다. 왕복 6시간! 오직, 검무를 위해서!
2023년에 전주 경기전에서 감상했던 검무 공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검무를 볼 수 있었다. 손에 쥐는 무기가 창이거나 깃발이거나 삼국지에서 관운장이 사용했다던 언월도 비슷한 모양의 무기도 있었고, 가늘고 민첩하게 생긴 쌍검을 쥐거나 한 손에 장검을 들기도 했다.
그중에서 내가 배운 것은 한 자루의 검을 쥐고 추는 춤이었다. 공연에서 전문가들은 번쩍이는, 아마도 더 묵직한 검을 쥐었겠지만, 초보자인 나는 목검을 쥐었다.
각 검무가 어떤 유래를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너 어디 가는데'라는 부모님 물음에 '전주에 검무 배우러'라고 대답했을 때, 묘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ㅋㅋㅋㅋ 굉장히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표정이셨는데, 아마 '검무'라고 하면, 무당 내지는 신내림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지 않았을까?
나조차도 전주에서 검무 공연을 봤으면서도 전주로 향하는 길에 굳이 영화 <파묘>를 재감 상했다. 영화 속에서도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무당의 대살굿 장면을 돌려보며 특유의 느낌을 머릿속에 새겨두려 애썼다. 수강 신청한 클래스가 한 번뿐이니까, 할 수 있는 만큼의 춤 선과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
아, 참고로 내가 신청한 클래스의 음악이 안예은의 '창귀'였다.
목검 들고 움직일 때의 느낌, 검무 배우며 깨달은 점. 휙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청량함을 느꼈다. 예전에 발레, 몇 가지 뮤지컬 안무를 해봐서인지 몸이 업 된 상태가 되어 낭패였다ㅋㅋㅋㅋ 한국무용은 다운인데. 참고로, 나는 업/다운 구분을 이렇게 하고 있다. 리듬을 탈 때 몸이 위로 들썩들썩한다면 업, 아래로 누르듯 해서 무릎도 굽히고 한국 전통 어깨춤추듯이 한다면 다운. 보통, 업으로 하는 안무는 발꿈치를 위로 들고 회전하며, 다운으로 느낌 살리는 안무는 발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돈다.
전주에서 배운 검무는 다운을 했어야 하는데, 모니터용 영상을 보면, 턴할 때 발꿈치가 위로 들려 있다. 발레가 아니라고! 영상 속 내 어깨를 잡아 눌러서 발꿈치를 바닥에 눌러주고 싶었다.
클래스 수강 중, 나는 어깨가 하늘로 치솟는 기분이 들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강사님께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잘 따라간다고, 잘 익힌다고. 아마도 춤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때, 어떻게 하면 더 잘 움직이고 느낌을 더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표현하던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훈련할 때, 가장 갈증을 느끼던, 부러움을 느끼던 그리고 더 해내고 싶다고 생각하던 분야는 춤이었다. 연기 노래 춤 모두 실력을 쌓아야 해서 안배를 해야 했지만, 그래서 집중하지 못했지만, 내가 가장 즐거워하던 것은 춤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벽면에 전신거울이 넓게 펼쳐져 있는 연습실 그리고 점점 데워지는 몸 덕에 후끈한 공기, 움직임이 몸에 익어 점차 내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이 정말 그리웠다. 난 이 날 정말로 검무 클래스만 수강하고, 터미널에서 선물용 전주초코파이 세트를 사다가 귀가했다. 하지만 왕복 6시간 남짓한 시간이 아쉽지 않았다. 검무 클래스 수강 이후에 내가 얻은 것들은 이렇다. 춤에 대한 갈증 조금 해소, 연습실과 안무 클래스 분위기에 대한 그리움 해소, 타점에 대한 이해, 검의 각 부위별 명칭, 검을 움직일 때 시선을 어디로 해야 더 멋들어진지에 대한 이해와 '발뒤꿈치 누르라고!'라는 피드백이자 깨달음. 아, 참 그리고 검무 클래스 직후 일주일 동안 달고 다닌 팔에 든 멍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