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두 번 해본 사람의 클라이밍 노하우 대공개!

인공암벽장 두 번 방문해서 얻은 클라이밍+인생 노하우

by Sayer

클라이밍 실력 향상을 위해서 훈련한 것도 아닌데 6개월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다시 도전했더니 눈에 띄게 잘 해낼 수 있었던, 클라이밍 체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눈에 띄게 늘었다.라는 말은 첫 체험과 두 번째 체험을 모두 지켜본 십수 년 차 클라이머들과 강사님의 평을 빌려 썼다. 내가 느끼기에도 '오? 저번 보다 더 잘 된당!'하기도 했다ㅋㅋㅋ

첫 번째 클라이밍 체험 이후에 체득한 노하우

첫 체험에서 실내에 있는 왕초보 구간을 완등하지 못했다. 외부에 있는 벽도 별로 오르지 못한 채 포기했다.

하지만, 첫 도전에서 자처해서 포기했던 것이 마음에 남았다. 체험 후 돌아가는 길, 여기저기 근육통이 느껴지는 체험 다음날에 왜 더 버티거나 오르지 못했을까, 고민하며 스스로 피드백하면서 알게 된 것. 그중에서 두 번째 체험할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을 적어본다.


1. 팔보다 다리에 힘!

버티는 건 팔이 아니라 다리다. 손은 갈고리 느낌으로 그냥 툭 걸쳐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감 잡기 좋다.


2. 엉덩이는 아래로 내린다.

벽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90도로 돌려놓았을 때, 요가의 '아기 자세'와 비슷한 모습인 것이 좋다. 홀드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손을 홀드에 걸어둔 상태로 무릎은 굽히고 엉덩이는 바닥 쪽으로 쭉 내려놓은 모습이다. 팔에 힘이 바짝 들어간 상태라면, 손목이 어깨선보다 아래로 내려간 극한의 플랭크 자세 비슷한 모습이 된다. 이 ‘극한의 플랭크 자세‘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원인이 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3. 바로 다음 홀드에 집중.

고수들의 영역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계획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홀드를 어떻게 잡아서 자세를 만드느냐에 따라 완등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 그중에서도 왕초보의 클라이밍에서는? 계산할 것 거의 없다. 그저, 홀드를 잡고, 딛고, 다음 자리로 손이나 다리를 뻗는다. 그 감각을 익히는 게 전부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인 경로를 계속 생각하는 것보다는 바로 다음에 잡거나 밟을 홀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지금 여기 최선을.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셨던 좌우명이다. 당시 좌우명이 '하면 된다'였던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문구는 클라이밍을 소개하기에 아주 최적화된 문장이었다.


첫 도전에서는 두 번째 체험 때보다 자세도 엉망이었지만, 그보다도 전체를 보려고 하는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게 가장 큰 완등 실패 원인이었다. 마음은 벌써 서너 개 뒤의 홀드까지 앞서 있는데 몸은 따라가지 못해서 바등거리며 헛 힘을 쓰다가 지쳐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올라간 높이가 높지도 않았지만, 그 높이가 무서웠던 게 아니다. 오르는 것은 둘째 치고, 그 자리에 딛고 매달려 있을 힘도 없어 포기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는 바로 다음 홀드에만 집중하는 데 힘썼다.


책 시대예보:호명사회 그리고 모모

시대예보:호명사회에서는 '시뮬레이션 과잉'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데이터로 쌓인 데다, 분석 기술도 보편화되어 있다. 그 덕에 사람들은 진로, 여행, 콘텐츠 소비 등에 대해서 편리하게 '내가 이 선택을 한다면 어떤 것을 놓칠지, 어떤 이점을 취할 수 있을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뮬레이션에 압도되어 정작 시뮬레이션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거나 안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시뮬레이션 과잉'이라고 지칭한다.

얼마 전에 못다 읽은 이 책을 다시 펼쳐 읽는데, 다른 용어들 속에서 유독 이 단어가 눈에 띄었다. 클라이밍 체험을 통해 깨달은 바와 '시뮬레이션 과잉'이라는 단어가 어떤 면에서 의미가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소설 모모에서는 모모가 가장 가까이 지내며 사랑한 친구가 두 명 등장한다. 그중 한 명이 '베포'다. 그는 도로청소부라서 매일 빗자루로 도로를 쓰는데, 모모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일일 수록, 멀리 보지 말고, 바로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일을 다 끝낼 수 있다.'


클라이밍 얘기하다가 갑자기 인생얘기하기 ㅋㅋㅋㅋㅋ

우리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특히 지난 2024년 겨울을 지나며, 머릿속에는 '미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았다. 혹시라도 더 불안할 수 있는 미래 상황에 대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은 대비해두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했다. 그래서 연 초부터 열심히 움직였지만, 만족할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오히려 건강검진에서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특이사항에 대한 조언을 잔뜩 들었다. 이거, 연 초에 살아온 방식이 내게는 영 맞지 않구나, 하는 것을 1분기에 깨달아 다행이었다.


클라이밍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다시금 되새긴다. 갈피가 안 잡히거나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을 때는 큰 그림을 보려는 욕심을 버린다. 그리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 그것이 취미활동이든, 업무 과제이든, 가족과 보내는 단란한 시간이든 바로 그것에 집중한다.


다음번에 클라이밍을 하게 된다면 야외 벽을 타더라도 좀 더 높이 올라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을 습관으로 굳혀간다면, 내가 가장 건강했다고 생각하는 시기보다 몸과 마음 모두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1화. 민족 대 명절을 앞두고 검무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