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야경에 푹 빠져보는 극기+힐링, 한강나이트워크

풍경 감상보다도 그 풍경에 들어가길 더 꿈꾼다면, 한강 야경을 걸어봐요!

by Sayer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나 산 풍경이 그림 같은 호텔에 콕 박혀서 호캉스를 하는 내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 가까운 숙소를 잡고 하루 종일 물에 뛰어드는 내 모습은 잘 그려지고, 실제로 그렇게 휴가를 보내곤 한다. 경치를 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속에 뛰어드는 여행이 내 성향과 취향에 더 맞는다.


서울 복판에 있던 외가에 가거나 대학교 하루 종강 후에 공연 활동을 하러 오갈 때마다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넜다. 그때 한강을 보는 것은 내 즐거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시간만 된다면,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강 다리와 그 주변을 그저 걸어보고 싶다고 꿈꿨다. 낮의 풍경보다는 야경을 보고 싶은 것인데 혼자 걷기에는 부담스럽고,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실제 그런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참가 신청을 했다.


내가 참여했던 한강나이트워크 2024는 한강 둘레를 밤새 걷는, 매년 여름에 열리는 행사다.

2024년 여름에 참가할 때는 종목이 15/22/42였다. 종목 숫자는 참가자가 걷는 거리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2025년 행사 안내를 보니, 15km 종목은 14km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동일한 행사 운영팀이 서울과 부산에서 매 해 행사를 주최한다. 서울에서는 한강변, 부산에서는 광안대교변을 걷는다. 서울에서는 봄 여름 가을에, 부산에서는 여름에 개최된다.


2024년 여름, 나는 내 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22km에 등록했다. 하지만, 일단 참여 등록을 한 후에 찾아보니, 리뷰에서는 모두 '첫 참가라면 15부터'라고 권했다.


군필자인 친한 언니는 '아, 행군이 떠올라서 별로'라고 거절했다. 마찬가지로 군필자인 동생은 '왜 돈 내고 힘든 극기훈련을 한 거야?'라고 물었다.

"분명 열심히 공부도 했고, 하고 싶던 뮤지컬도 딱 원하는 만큼 해봤고, 불안정하던 취업 준비 시기도 끝장을 내 직장인이 되었다. 그런데 점점 생기 없어지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취업 후에 생기 회복을 위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뭘 해보는 게 좋을까 고민했고, 실행했다.
수영, 배드민턴, 헬스, 평소보다 더 많이 독서하기, 소설 쓰기, 무언가를 공부하기(토익 등) 모두 내 활발함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거의 늘 무기력하고 중도포기를 하는 내 모습,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는 게 싫었다."
- 내 브런치 글 "밤새 한강 걷고 내린 결론, 지금 하고 싶은 걸 하자!(2024.8.13.)" 중에서

중간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속에서 챙겨 온 간식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벤치에서 다리 쭉 펴고 야경도 보며 걷다 보니 5시간 20여분 만에 완보했다. 일주일 간 발을 질질 끌고 다녔지만, 나는 내 생각보다 튼튼하며, 취업 후 도전해 본 여러 분야에 대해 중도 포기했던 것은 흥미나 필요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4년 한강나이트워크22km 루트

좋았던 점 세 가지

1. 누군가의 응원을 받음,

무리 지어 무엇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의 기쁨을 누린다.

안전관리, 당충전, 응원을 맡아주신 현장 근무자분들의 노고 덕을 본다.

저마다 고민을 갖고 또는 힐링을 위해 걷는 무리 속에 들어가서 같은 옷, 같은 팔찌형 램프를 끼고, 같은 가방을 메고, 한 방향으로 이어진 루트를 함께 걸어가는 안락함도 좋다.

여의도 공원에서 출발~30분 이내 구간


2. 그 유명한 다리 두 군데를 도보로 건넌다.

2024년에는 22km 참가자들은 잠수교, 양화대교를 건넜다. 개인적으로 잠수교를 꼭 도보로 걸어보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

* 안전 등의 이유로 구간이 변경될 수 있다. 참가 신청 사이트 어반스포츠(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잠수교를 건너면, 첫 체크포인트가 있었다.


3.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몸을 계속 움직이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이래로,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싶으면 일부러 밖으로 나서서 동네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생겼다.


언젠가 동두천 락 페스티벌에 ‘빛은 어둠을 이긴다'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들의 얼굴에 첫 곡을 연주하기 전부터 땀이 맺힐 정도로 해가 쨍하던 날, 무대 주변을 빼고는 컴컴해진 저녁까지 소리치고 방방 뛰다가 그 글귀를 되새기며 귀가했던 추억이 있다. 잠수교를 건너고, 양화대교에 닿기 전 어느 벤치에 앉아 한강 야경을 보며 그 문구가 생각났다. 너무 힘들고 피곤했지만,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벤치에 앉아 보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지금껏 내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여담으로 적어두는, 꼭 챙겨가길 권하는 것

혼자 걷는다면, 플레이리스트(나는 슈퍼밴드 2 2회 차 주행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면, 보조배터리는 1만짜리 하나로도 족하다

벌레퇴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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