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Dec 19. 2015

#16. 나를 구성하는, 나의 사소한 경험

'그냥 해본 것'이 현재의 나를 구성하고 있구나

출처는 구글(검색어: 아메리카노)

검색을 하다가 예쁜 찻잔들을 많이 봤다. 원래는 관심 없었는데 요즘따라 찻잔과 컵받침접시 세트가 눈에 밟힌다. 세상은 넓고 예쁜것들은 천지인 것 같다(^ 3^)


1) 아는 동생이 커피를 사줬다. 한 입 먹어보겠다기에 마셔보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이걸 어떻게 마셔요ㅠㅠ 왜 돈주고 이걸 사 마실까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처음 카페에서 마셔본 동생의 후기 ㅋㅋㅋ)


"어떻게 이걸 마셔요?"하는 말에 대답하다 알았다. 쓴 커피를 싫어하지 않는다. 향만 좋다면야. 먹을 수 있는 거라면야.

그런데, 왜 이런 맛을 꺼리지 않는 거지? 보통 쓰거나 떫은 맛을 피하지 않던가?

그러다 전에 다도 동아리/부서 활동을 했던 것에 생각이 닿았다.

"나, 초등+고등학교에서 다도 활동 해봤거든. 차가 익숙해. 쓴맛 떫은맛을 즐기는 편인 것 같아. 향이랑 수색이 예쁘면 좋아."


초등학생 때, '딱히 하고 싶은 부서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 가위바위보라는 귀찮은 경쟁을 거치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부서가 있기에 들어갔던 게 다도부였다.

(특별 활동을 무조건 하나 해야 했음)

어물쩡하게 들어갔지만, 어찌어찌 방학내내 대회준비도 해보고, 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학교 축제때는 무대에서 시연도 했다.


중학교에는 동아리 등을 통한 다도활동은 없었지만, 스승의날 등에 특별활동으로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예절실이라고, 다도부를 위한 실이 따로 있었으며 가정수업을 그곳에서 진행한 덕에 다례도 해봤고, 어쩌다보니 동아리 사람은 아닌데도 시연을 할 때면 늘 다도 동아리원들 틈에 끼어서 함께 했다.


여행을 하다 문득 들른 전시관에서 다례도구들을 전시할 때, 대부분 휙 보고 지나가는 도구들을 찬찬히 살피며 머릿속으로 그 도구로 내가 차를 우려 마시는 상상을 하면서 '이건 불편하겠다. 이건 편하겠다. 이건 차 마실때 수색 보기가 좋겠다. 이건 관리가 힘들겠다.'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 카페를 자주 접하며 내가 고른 메뉴들을 떠올려보니 각종허브티 아메리카노 레몬티 자몽티 등등 참 다양한 메뉴들 중에서 수색이 예쁘고 향이 좋은 달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해본 활동으로 '향과 색이 좋은 차를 선호함, 인공적인(설탕)단 맛은 선호하지 않음'이라는 내 취향 하나, 나를 이루는 그 취향 하나가 만들어진 거였다.

라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했다

ㅋㅋㅋ


2015.12.19.흙


*동생은 초코라떼를 마셨다.

**★벅스에서 파는 프라푸치노 메뉴를 악마의 메뉴라고 하길래 '얼마나 맛있길래?'하고 사 마셔봤던 적 있다. 아니, 그때 누가 사줬구나. 사준 사람은 단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넌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거리감을 주고 싶지 않아 좋은 척 맛난 척을 하고 꾸역꾸역 다 마셨지만 꽤 괴로웠다. 단건 가끔 당길 때 말고는 마시거나 먹고 싶지 않다.

***이참에 써보는 내가 경험한 극강 단맛들: 카페B네의 '악마빙수'(한 입 넣고 오만상을 찌푸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먹기를 그만둠), ★벅스의 '그린티프라푸치노'(벅스의 음료들은 대체로 내 취향이 아니다)

****카페 차를 돈내고 마시는 게 아깝다는 걸 인식하는 요즘은 그냥 티백을 사다가 마신다. 페퍼민트(화~한 느낌이 입안에 퍼지는 게 좋다)나 잉글리시블랙퍼스트(구수한 향이 나고 불그스름한 수색이 좋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직접 끓여주시는 고소한 옥수수차^^


작가의 이전글 #15. 까다로운 취향 = 강한 애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