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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19. 2016

#17.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다른 사람

'오늘' 내 일상이 '어제'의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타이틀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 세 번째 이야기)에서 헤르미온느는 '타임터너'라는, 타임머신의 기능을 하는 모래시계 목걸이를 갖고 있었어요.

이 기구를 이용해서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강의들을 누비며 다 들을 수 있었다는...ㅋㅋㅋㅋ 그런 걸 갖고 강의 들을 생각을 하다니, 대학생으로서 다시 돌아보니 진짜 대단하네요.

이미지의 저 장면 뒤에, 헤르미온느와 해리는 과거로 가서 '과거의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그 이미지를 넣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과거의 자신을 만나러, 과거로 가기 직전의 모습'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1) 뮤지컬 곡 중에서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가 "계획이란 소용 없어"라는 곡이다(from 뮤지컬 <엘리자벳>). 가사 내용이 대략 이렇다. "계획 한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감상하기(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계획이란 소용없어"


2) 어젯 밤, 대화를 통해 느낀! 경찰, 공무원, 행정학과, 공기업. 이런 '정석의 길'(여러 어른들께서 제게 이런 길을 '정석'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권하셨죠.)을 가길 강력히 권하며 조언하시던 아버지의 변화.

"아빠! 저, !%&*&@ 이렇게 살래요!"

"그렇게 하렴^^"


3) "꿈은 바뀔 수도 있어."라는 뉘앙스가 담긴 응원을 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과거의 나.

공연을 제작하는 기획자/배우를 꿈꿀 때, "꿈은 계속 바뀔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너의 꿈을 위해 열의를 다하는 모습 보기 좋다. 꼭 결실을 맺길 응원할게."같은 응원을 들으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왜 바뀔거라고 미리 예측하는거지? 난 이게 아니면 살 수 없어!!!'

->하지만, 그들이 옳았다. 꿈은 바뀔 수 있다. 바뀔 수 있다는 그 말에 주눅들거나 '난 글러먹은 인간이야 어떻게 꿈을 바꿀/버릴 수가 있지'할 필요 없다.

('꿈을 바꾸려 하다니ㅠㅠ 난 글러먹었어, 내 끈기는 이정도인거야ㅜㅜ 하면서 매우 삽질을 하던 때가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바보 멍청이같으니. 지금 내가 그 때의 나를 만난다면 꼭 안아주면서 "멍청아, 괜찮다고." 하고 말해주고 싶다. ㅎㅎ)


4) 'It's no use going back to yesterday, because I was a different person then.'

-> '어제의 이야기는 아무 의미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거든요'

-from Alice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고등학생 때,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던 경험이 있다. 같은 교육체제 하에서는 누구나 경험해봤을, 대학과 학과에 원서 접수하기.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는 고등학교 공부만 하던 내게 몇몇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대학/대학졸업 후의 진로를 설계해다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라니. 이건 무슨~?!!!!! @_@

굉장히 막막해서 힘들었다.

'나는 지금 교복 입고 있는 ㅁㅁ고의 학생인데, 내가 대학 들어갔을 때의 내 모습을 어떻게 알아? 그 너머로 대학 졸업 후에 내가 뭘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학과 결정하는 것도 어렵구만ㅠㅠㅠㅠ'


지나고보니, 대학에서 원하던 '네 대학생활과 네 대학 후의 모습에 대해 언급해보라'는 질문/물음들은 그 학생의 비전과 가치관을 보기 위한 물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굉장히 압도당했는데, 지금 보면 그럴 필요 없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에도 계속 비슷하게 압도당할 때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상태가 종종 발현된다.

'진로에 관해 고민할 때'

작게는 다음 학기에는 무슨 강의를 들어야 하나, 크게는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내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 그 고민이 생길 때, 대학 입시때와 같이 압도당한다.

'내가 어떻게 알아ㅜㅜ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내가 모를 미래에 대해 계획하는 것에 대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민되고 걱정되고, 그래서 힘겨울 때가 많다.


사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압도당하고 있었다. 매번 '아! 드디어 내 길을 찾은 것 같아!'하고 머릿속에 내 앞으로 할 일의 지도가 선명히 그려진 듯 하다가도 번번히 새로운 장애물을 맞닥뜨리곤 해서 자신감 넘쳤다가, 약간 소심해졌다가, 넘쳤다가, 압도당해 있다가를 반복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상태였다. 약간 소심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저녁에,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난 뒤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자녀 양육/가정을 가꾸는 것에 대해서 보수적이지 않으시지만(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자녀의 진로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셨다.

중학생 때는 열공하는 내게 경찰대학과 경찰이라는 직업을 권하셨고, 고등학생 때 '경영학과'를 고집하는 내게 의문+아쉬움을 표하시며 입시가 끝나고 경영학도로 대학을 다니는 와중에도 '행정학'을 공부하길 강하게 권하셨다. 대학 졸업 후 진로로는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입사하기를 바라시며 매번 내가 진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언급하시곤 했다.

하지만, 어제 오랜만에 내 진로 이야기를 나눌때, 아버지는 전과 다르셨다. 나는 전과 같이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아닌, 내가 지금 그리고 있는 다른 분야/역할을 언급하며 "아빠! 저 이렇게 살래요!"했고, 아버지께서는 전과 다른 대답을 해주셨다.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그래, 그렇게 하렴."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어제의 이야기는 아무 소용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거든요.'

아버지께서는 이전에 나와 진로 이야기를 나눌 때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셨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 되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언젠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일 것이다. 어떤 강의 한 시간을 수강하기 전과 후의 나 역시 다른 사람일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것으로든지 매 순간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 그렇게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를 보는/이해하는 나의 눈/머리로는 내 미래를 위해 아무리 정보를 모으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바뀔 밖에. 이미 그 미래를 걷는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일 테니까.


다시금 내게 가장 큰 힘이 되는 마음가짐을 꺼낼 때가 왔다.'계획대로 안 되더라도 잘 되기를'.

평소에 다른 사람을 응원하거나 축복할 때도 이렇게 말하곤 하고, 어떤 일에 앞서 긴장하거나 고민하는 내게도 이렇게 읊조린다.

오늘도, 어제 새로 에너지를 얻은 김에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워본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어."


2016.5.19.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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