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27분, 지하 작업실 위로 소방차가 날카로운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여러 대가 출동하는 듯 사이렌 소리는 날카롭게 귀를 찌르며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아침 8시 28분,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은 누굴까. 바쁜 출근 준비로 가스불을 깜박한 워킹맘? 아침에 명상을 하려 촛불을 켜놓은 20대 젊은 여성? 모닝 담배에 불을 댕기고 꽁초에 불을 미쳐 확인 못한 60대 명예퇴직 아저씨? 대상이 누구든 나는 속으로 화마(火魔)가 잡히기를 일순간 간절히 기도했다.
누군가의 생명은 고귀하다. 그 생명은 또 다른 누군가의 생(生)의 이유가 되기에 누군가의 생명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마땅히 구조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이렌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갈급하다. 광마(狂馬)와 같은 불을 소멸시키고 꺼져가는 생(生)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 내달리는 것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소방차가 출동하는 길을 시민들이 자진해서 터주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리포터가 떠들던 생각이 난다. 당연한 것을 놀라워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학시절, 소방관으로 재직하던 A와 함께 공부했던 적이 있다. 그는 소방관으로 재직하던 중 공부가 하고 싶어 왔노라 하며 형이라는 이유로 제법 나를 잘 챙겨줬던 기억이 있다. 그에게서 화재 출동 현장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화재 현장에 진입을 하면 말이야 시계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더듬더듬 진입을 하다가 무언가 툭하고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시커먼 것이 발에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백발백중 사람 시체야."
'시체'라고 말하는 발음이 만들어낸 날숨이 섞인 단어는 무정(無情) 하고 건조했다. 살을 애는 듯한 추운 겨울. 길거리 포장마차 앞에 서서 3천 원짜리 컵밥을 먹고, 달이 중천이면 파김치가 되어 1~2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온 결과 합격한 직업이다. 시체를 필연적으로 보아야 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왠지 모를 이질감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에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 났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내달리는 빨간 자동차의 엉덩이는 아름답다. 마치 '내가 구해주러 갈게. 기다려. 널 반드시 구해줄게.'라고 다짐하는 든든한 남자친구와 같다. 믿음직한 그 뒤태에 그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