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너에게

by 김태한

올해 겨울은 눈 구경 한 번 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 새하얀 계절을 가져갔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의 변화가 매력적인 곳이 또 있을까? 분기마다 찾아오는 전혀 다른 풍광은 지루해질만하면 색을 바꿔 입어 언제나 아쉬움과 그리움을 놓아두고 간다.


올해는 눈을 맞으며 미친 듯이 뛰 놀 수 있는 기회도, 내리는 눈을 보며 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기회도 없었다. 참으로 아쉬운 겨울이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하얀 겨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 이미 그것은 지나가버린 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나고 나서 후회해봐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이다. 오늘 나는 이십대 때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자 한다.




이십대 나를 돌아보면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무분별한 고집을 부리고 내면의 양식 쌓는 일을 게을리 했다. 성공을 갈망하지만 너는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건드려 놓곤 조금이라도 안 될 것 같으면 이내 포기해버리는.


내가 이제 곧 마흔에 접어들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분산된 힘(꿈)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잔망스런 스킬로 조만간 소기의 성과를 내는 것은 너무나 쉽다. 하지만 그것이 더 큰 성과를 이루고 가치와 부합하는 더 긴 생명을 유지하려면 한 가지에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너의 모습은 그것과 철저히 달랐다. 주변 친구들의 감언이설에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일을 진행 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결과가 미비하거나 곧 바로 나오지 않을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포기하곤 했다. 그리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될 수 없는 일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곤 했다.


“꿈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네가 언젠가 스물 초반 네가 부모님께 했던 말이다. 앞으로 뭐해먹고 살 거냐는 질문에 넌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일갈하곤 방문을 닫았다.

이 나이가 되서 느끼는 것이지만 꿈이라는 것은 어느 날 내 앞에 턱하고 놓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이 안보일 때에는 그저 묵묵히 그리고 바짝 엎드려서 기다리는 방법이 더 좋을 때가 있는 법이다.

너는 십 오년 뒤, 서른 중반의 늦은 나이에 직장이라는 커다란 울타리를 벗어나는 결심을 하게 될 것이다. 호기롭게 사표를 던졌지만 이내 살을 에는 듯 한 세상의 날카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게 될 것이다. 우호적이었던 은행은 너에게 등을 돌릴 것이고 통장의 잔고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 것이다. 경제적 빈곤은 사고를 마비시킨다. 아주 간단한 논리 프로세스 하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다. 사방에서 압박해 올 수록, 숨 쉬기가 어려울수록 내면에 집중해 사냥 직전의 맹수와 같이 웅크리고 버티는 것이다. 그것은 몇 시간이 될 수도, 며칠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허탕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날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기다리는 것'이다. 그 동안 털들을 정리하고 갈기를 손 봐 두도록해라. 밀림의 제왕 다운 품위를 지키기 위해 말이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는 이도저도 안 될 수 있다. 그럴 땐 책을 읽어라. 너와 다른 이들의 생각을 훔치고 네 것으로 만들어라. 책으로 멘토를 하나 만들어도 좋다. 그리고 그 작가의 생각을 탐닉해라. 그것은 분명 너를 밝은 길로 인도할 것이다.


물론 불안할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 일 수 록 다음 두 가지 만큼은 머릿속에서 지우길 바란다. 첫째, 굶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몇끼 정도 굶을 수도 있다. 죽지 않는다. 굶을지언정 외모를 더욱 단정히 하고 세상을 향해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내밀어라. 당당함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마라. 그들은 털 끝 만큼도 너를 도와주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마라. 오로지 너 자신에게만 집중해라.


말이 나온 김에 너에게 몇 가지 지켰으면 하는 당부의 말을 전하니 부디 귀 담아 듣고 훗날 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째, 네 눈앞에 장애물들을 피하지 마라. 흔히 전문가라고 불리는 영역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역경과 고난을 해쳐온 결과물이다. 그 영역으로 들어가야 네가 원하는 모든 과정의 첫 번째를 이룬 것이다. 이 과정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언급한 것처럼 입구에서 맛만 보고 전체를 ‘보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들은 그 찰나의 맛으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익혔다는 잔재주에 불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방 들통 난다.

절벽이 나오면 돌아서지 마라. 어떻게 그것을 넘을 것인가를 궁리하라. 절벽에서 떨어져도 좋다. 넌 다시 올라오는 방법을 연구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언제든 나를 내 던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둘째, 너의 무언가에 매일 일정한 시간을 투입하기 바란다. 나는 [노력*시간=성공]이라는 공식을 신봉한다. 만약 네가 글을 쓰겠다면 매일 일정 시간을 만들어 글쓰기에 투입하기 바란다. ‘시간이 없어서’, ‘회사를 다녀서’라는 변명이 생각나거든 시작도 하지 말기 바란다.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잉여시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라. 그리고 아침 시간 2시간을 오로지 글쓰기에 매진하도록 해라. 그리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라. 그 시간을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순간 넌 오래 지나지 않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그 시간을 써라.


셋째, 쓸데없이 낭비되는 일로부터 벗어나라. 주변에 보면 여러 모임들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아파트 대표, 학술 대표, 대학원 모임, 취미 등등. 관심이 여러 가지로 분산 될 때 정작 네가 하고 싶은 본연의 일은 소홀히 하게 된다. 이것은 필연적이다. 네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일시적으로라도 술을 끊고 친구를 끊어라. 너를 불러주는 모임에는 당분간 발길을 끊기 바란다. 그것이 훗날 네가 더욱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부탁컨대 네 안에 많은 유혹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길 바란다. 필연적으로 절벽과 가시덤불 길을 만날 것이다. 그 기로에서 돌아서지 말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부터 시작되는 고된 고통과 지루함에 두려워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아왔다. 명심해라. 발길을 돌리는 순간 넌 다시 영(0)부터 다시 시작해야함을 말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건데 그 때 내게 이런 말 한마디라도 진실 되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와 해본다. 한 가지 분명히 기억해 둘 것은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부디 올바른 곳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네가 원하는 ‘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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