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화할게

by 김태한

전화를 끊을 때 종종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다시 전화할게~"입니다. 그리고나선 까맣게 잊곤 하는데요. 똑같은 일이 어제도 발생했습니다.

회사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친한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하던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귀와 어깨 사이에 핸드폰을 끼고 전화를 받곤 습관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어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

그의 대답을 듣는 둥 멀어지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고 잠시 뒤 그와 통화를 했던 기억마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그날 저녁. 핸드폰 액정에 그의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아차!'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그가 서운한 목소리로 제가 말했습니다.

"넌 다시 전화한다고 하곤 한 번도 안 하더라."

실제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낮에 저에게 꼭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고 시간을 놓쳐 결국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단 30초만 말을 들었다면 그에게 충분한 답을 줄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으레' 말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헤어지며 "또 보자'라며 말하곤 본적이 없고 우연히 만난 옛 친구에겐 "언제 한 번 밥 한 끼 하자"라며 기약 없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무심결에 한 말이지만 누군가는 그 말을 믿고 분명 기다릴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기다리라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반드시 기억합니다. 마치 돈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의 마음이 다르듯말이죠.

앞으론 기다리게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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