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즈음 출근하다보면 저희 사무실 옆에 건물 한 귀퉁이에서 비질하는 노인 한 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열심히 쓸고 계시는데요.
한 날은 무엇을 쓸고 계신지 보려고 가까이서 가봤더니 할아버지가 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담배 꽁초였습니다. 지난 밤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그 자리에 툭 던져두고 간 담배꽁초들입니다. 우리 건물 옆 한 귀퉁이는 특히나 사람들이 흡연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은 다 피운 꽁초를 그 자리에 툭 던지곤 사라지는데요. 하루만 지나고 나와 보면 건물 옆 도로위에 수북이 쌓일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이것들을 할아버지는 매일 쓸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건물은 교대역 1번 출구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에서 가깝다 보니 사람들이 슬금슬금 몰려와 흡연을 하는데요. 가로 3미터에 세로 1미터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대충 헤아려 봐도 하루에 100명 이상은 이곳에서 흡연을 합니다. 십대, 젊은 여성, 남성, 중년 남녀. 누구 할 것 없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건물 벽을 바라보며 연기를 앞 다퉈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보니 한 여름엔 건물 쪽 창문이라도 잠시 열어둘라치면 담배연기가 4층에 있는 우리 사무실까지 올라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참다못해 구청에 하소연을 했지만 해당 구역은 ‘어쩔 수 없음’이라는 무기력해지는 답변만 들은 채 그저 오가는 연기를 강제로 마셔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흡연 부스을 세워주던가 흡연 구역을 별도로 만들어 주면 참 좋을 텐데요. 심지어 할아버지가 쓸고 있는 와중에 바로 옆에 꽁초를 던지고 가는 20대들도 있습니다.
보다 못한 옆 건물주가 ‘금연’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팻말을 여러 개 만들어 세워 두었지만 오히려 그것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흡연을 해내는 그들의 의지를 보며 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기도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틈새와 구멍이란 구멍엔 꽁초가 가득히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구멍만 보면 왜 그리 메우려 드는지. 사람 심리가 참 이상하기도 합니다.
한 날은 할아버지에게 여쭤봤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매일 이렇게 비질을 하시는 거예요? 안 힘드세요?”
“힘들지. 근데 그 사람들이 내 얘기나 듣나. 콧방귀도 안 뀌지. 나중에 본인들이 같은 일 겪어보면 알꺼여. ‘그때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구나’ 하고 말여. 그런데도 그걸 평생 못 느끼고 죽으면 실패한 인생이여. 그렇게 생각하면 좀 속이 편해.”
라고 말씀하시곤 다시 허리를 굽혀 비질을 시작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