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체중 감량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변질되어 쓰인다. 그중 한 사람도 바로 나였다.
첫째를 낳고 5 킬로그램이 그대로 내 몸에 남았다. 그땐 가지고 있는 옷으로 커버가 됐으니 괜찮았다. 둘째를 낳고 또 5 킬로그램이 불었다. 차곡차곡 누적되는 게 살이 아니라 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신경 쓰이지 않고 행복하기만 했을 텐데.
둘째를 낳고 출산 계획이 없던 나는 다이어트를 마음먹었다. 오로지 마음만 먹었다. 미역국은 살 안 쪄, 밥 한 그릇을 말아 엄마표 신김치를 올려 야무지게 먹었다. 신김치의 매운맛과 신 맛이 입에 남아 갓한 밥 한 수저를 굳이 한입 가득 채운다. 빵빵해진 볼만큼이나 만족스러운 한 끼. 아이를 키우느라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했지만 기름기 좔좔 흐르는 두 볼은 생기가 돌았다.
임부복이 생활복인 된 채 살던 어느 날, 느낌이 쎄 했다. 평소엔 입에도 되지 않던 맥주가 당겼다.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는 향도 싫고 먹은 것도 없는데 헛배만 부르게 하는 알코올이라며 밀어내던 맥주를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렇게 셋째가 왔다.
156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임부복을 입어야만 했던 몸. 체중계는 구석으로 밀어놓고 산지 오래였다. 셋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팠는데, 왜 내 발목은 그렇게 쑤시던지. 조그마한 아기를 안고 일어서는 것도, 걷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쩔뚝거리며 정형외과를 찾았고, 사람 좋은 미소로 날카로운 말들만 쏟아내는 선생님을 만났다.
"어머니. 아기 낳고 키우느라 너무 힘드시죠. 운동할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아담한 키에 비해 체중이 너무 나가네요. 아무래도 임신하고 갑자기 늘어난 체중으로 관절이 버티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딱 5 킬로그램만 빼 봅시다. 그래도 아프면 그때 다시 오세요. 아마 괜찮을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기를 업고 내려오는데 무릎은 왜 그리 아픈지, 야무지게 밥 말아먹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업고 있던 셋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낮잠을 재운다는 핑계로 아파트 주변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걷기. 아기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유모차 바퀴가 덜덜 거리도록 셋째와 함께 열심히 걸었다.
딱 한 달 만에 5 킬로그램이 빠졌으니, 얼마나 체중이 많았는지 실감했다. 거짓말처럼 정말 무릎과 발목은 아프지 않았고, 내 다이어트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걷기만 했는데 5 킬로그램이 빠지다니, 먹는 것도 조절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샐러드를 만들고, 삼겹살 대신 목살을 굽고, 밥은 현미를 섞었다. 그렇게 조금씩 빠지더니, 총 16 킬로그램이 빠졌다.
빠진 살이 다시 찌지 않게 유지하며 지내던 어느 날, 또다시 맥주가 당겼다. 느낌이 쎄 했다.
그렇게 넷째가 찾아왔다.
끊임없는 체중과의 전쟁. 건강을 위해 시작된 다이어트는 어느새 숫자의 밀당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운동을 더 할까? 먹는 걸 줄일까?
결국, 내 몸은 16 킬로그램을 다시 얻었지만, 몸 전체로 골고루 분포되었던 지방이 지금은 오로지 뱃살로 쌓였다. 건강검진하러 가면 뱃살 때문에 혼나고 오니, 이젠 정말 다이어트를 할 때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말이다. 나날이 수치들이 노란색 구간으로 넘어간다.
다시 초록색 구간으로 향하는 그날까지 다이어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