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활동에 중독되다.
주객전도 된 일상을 반추하다.
서평을 써야 할 책이 쌓였다. 책임감 하나로 버텨 온 인생. 마감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지, 책이 나를 삼켜 버린 건지 알 수 없을 때쯤. 서평단 활동이 나에게 필요한가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서평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편독을 고쳐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양한 장르를 무작위로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장점과 새책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누릴 수 있는 기회였다.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을 보니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1석 3조의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 활동이라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출판사나 마케터가 지난번 서평이 좋았다며, 신간이 나오면 서평을 부탁드려도 되겠냐는 디엠을 보내기도 하니 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서평단 활동은 점점 덩치가 커졌다.
초심과 달리, 내 서평을 읽고 인정해 주는 출판사와 마케터의 디엠 하나에 팔랑대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좋아요와 하트에는 무던했건만, 디엠으로 오는 칭찬메시지는 받을 때마다 더욱 목마르게 했다. 또. 더.
재밌던 서평단 활동이 점점 부담이 되었고, 책을 읽고 있는 건지 분석하고 있는 건지, 모를 지경까지 와서야 내 상태를 되돌아보게 됐다.
'재미있긴 한데, 이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일상의 대부분을 서평단 활동에 쓰다니. 적절한 조절이 필요했다.
'편독하는 게 뭐 어때서'라는 마음을 먹은 후, 나는 꼭 읽고 싶은 책에만 지원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 90퍼센트 당첨률로 재밌는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끔 오는 책태기와 글태기에 걸리면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은 숙제가 되고 만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도 말이다.
긴 연휴 뒤로 책태기가 왔고, 마감날짜가 내 뒤통수를 한대 후려칠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글태기가 막 지나갔는데, 곧바로 책태기라니. 산 하나를 넘자마자, 곧바로 수직으로 뻗은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랄까.
펼쳐놓으면 한 페이지라도 읽을까 싶어서 붙잡고 있어 봐도 자음과 모음이 분리돼서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 얼마나 책을 째려봤는지, 눈이 따끔따끔.
에라이, 오늘은 밀린 청소나 해 볼까? 바닥을 물걸레로 닦고 일어났더니 무릎이 따끔하다.
헉. 살이 쓸렸는지 물집이 잡혔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끝나있길. 책태기도, 글태기도.
책이 먼저인지 서평이 먼저인지 모를 이 상황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