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이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목표한 일이 있는 경우, 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하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목표한 일을 해내지 못했다면, 실패했다는 생각에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남은 일도 해내지 못할 거란 불안감이 몰려온다.
온 마음이 해내지 못한 일만 생각하느라, 다른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불안은 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할수록 반갑지 않은 손님은 자주 찾아왔다. 들락날락거리던 손님은 어느새 내 마음에 상주하며 주인 행세를 한다. 가장 좋은 소파에 앉아, 근사하게 다리를 꼬고 턱짓을 하며 내 마음을 흔들어댄다.
이 마음에 빠져 여러 번 좌절을 맛보았다. 학창 시절엔 시험기간에 정해둔 공부를 하지 못했을 때, 사회생활에선 하루 안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을 때,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 집안일이 밀렸을 때, 다이어트를 할 때 오늘의 운동과 식단을 해내지 못했을 때.
내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 앞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의 부작용으로 강박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성인이 된 후, 불안은 시도 때도 없이 상상력을 더해갔다. 내가 살아야겠기에 책을 읽었고, 우연히 발견한 한 문장이 매직아이처럼 크게 다가왔다. 크고 작은 강박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는 말.
"오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전부 다 실패한 건 아니야."
"오늘은 그저, 바쁜 하루였을 뿐이야."
이 말 한마디로 해결될 일 같았으면 긴 시간 동안 홀로 힘들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 말은 강박이 심해져 불안이 오는 걸 막는 주문이었다. 더 큰 실패를 상상하지 않게 했고, 불안이 잠깐 스치듯 지나가게 되는 셀프 위로였다.
글 쓰는 와중에도 강박은 잔인했다. 독서와 강연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글은 길을 헤맸다.
과유불급.
잘 쓰고 싶다는 마음도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술술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던 나는 좋다는 방법들을 다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글은 결국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느라 출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강박이 오려할 때,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려 할 때, 주문을 외웠다.
"내가 또 잘하려고 용을 쓰나 보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내가 아무리 비싼 재료들로 셰프의 요리를 따라 한들 그 맛을 똑같이 낼 수 있을까?'
'그 많은 재료 중에 하나만 잘 활용해도 감칠맛 나는 집밥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강박에 빠지려는 내 마음 한 자락을 부여잡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 잘 쓰려는 마음도 내려놓고, 재료 하나만 잘 활용해 보기로 한다. 오늘의 재료는 '정의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