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노 가이토 / 빈페이지
제목 : 그리고 밤은 온다
저자 : 도노 가이토
출판 : 빈페이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실감하는 시간의 흐름은 '아이'에게만 집중된 듯하다.
벌써 학교 입학이라니.
벌써 고등학생이라니.
아이가 있는 곳에서만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이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막내의 한마디에 순간, 심장이 멈칫했다.
"엄마, 내가 어른이 돼서 엄마한테 용돈도 주고, 더 큰집에 이사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고양이도 키우게 해 줄 테니까. 늙지 말고 나랑 오래오래 살아요."
내 인생의 시곗바늘은 어디쯤 가리키고 있을까?
한 번도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에게 막내의 말은 살짝 충격이었다.
그러다 곧 두려웠다.
'이 아이를 못 보는 날이 오겠구나.'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나는 밤의 길로 가고 있었구나.'
나만 몰랐나 보다.
어느새 내 기억 속 엄마 나이가 된 내 모습이 낯설어진 것을.
언제인지 몰라도 사랑하는 이와의 생은 끝이 날 거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시간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그리고 밤은 온다>를 읽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모인 '완화의료 병동'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크고 작은 울림을 선사한다.
갑자기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연.
긴 병 끝에 결국 유명을 달리한 환자 사연.
혈혈단신으로 외롭게 잠든 환자 사연.
일하던 병원에서 보살핌을 받게 되는 간호사 사연.
더 이상 아프기 싫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환자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사연.
저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인생의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지금. 바로 오늘.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보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호스피스 병동 복도를 걷듯, 글은 조용하고 나직하다.
하지만, 두 명의 화자를 통해 완화의료 병동의 낮과 밤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구성해 지루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밤은 온다는 메시지에, 예상치 못한 반전 포인트로 재미까지 보장하는 이야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소설.
엄마는 늘 내 옆에 있을 줄 알았고, 아빠는 평생 내 뒤를 지켜줄 거라 믿고 살았다.
항상. 끝이 없을 것처럼.
사랑하는 이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은 어쩌면 바람인지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설 <그리고 밤은 온다>는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테니, 시간 내서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서평은 빈페이지(@book_emptypage)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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