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많은 아이와 정이 많은 아이
여름에 태어난 우리집 아이는 과일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복숭아를 특히 좋아한다.
부드러운 백도를 잘라주면 몇개 없는 이빨로 과육을 조각내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아이는 백도 앞에서만큼은 다리를 M자로 하고 앉아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순한 양처럼 백도를 주는 어미의 손을 주시한다.
사랑스럽다.
복이 많은 우리 아이는 임금님한테 진상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있는 복숭아도 먹는다.
서른을 훌쩍 넘어 복숭아맛 쥬시쿨의 그 맛을 실제로 과일에서 느껴본 어미의 눈은 휘둥그레 커진다.
'오...진짜 맛있다'
과일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가 벌써 이렇게 맛있는 백도를 맛보다니...약간 부럽다.
봄에 태어난 한 아이도 과일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딸기를 특히 좋아한다.
아이는 집에 놀러오는 이모의 손에 딸기 한소쿠리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보면 강아지마냥 좋아했다.
세월이 훌쩍 지나 강산이 몇번이고 변해도 이모 눈에 조카는 아직 아이인가보다.
지금도 그 아이만 보면 딸기 얘기를 하신다.
그때는 딸기가 비싼 과일이었는데 그 어린 아이도 딸기를 자주 먹을 수 없는 상황은 알고 있었는지 걸어가다가도 딸기만 보면 그렇게나 좋아했다.
우리 아이가 맛있는 복숭아를 먹는 모습을 보니 딸기를 좋아했던 그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성인이 된 그 아이에게 진짜 맛있는 복숭아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한번 맛볼 수 있냐고 묻는다.
물론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 곳이 약간 속상하다.
정이 많은 그 아이를 위해 정말 맛있는 복숭아와 딸기를 준비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