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말
라디오를 듣는데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노래가 들려왔다.
앞부분 가사는 잘 못 들었는데 후렴부에 '시절인연~'이라는 노랫말이 있었다.
시절인연.
어쩜 이런 절묘한 단어를 만들어 가사를 썼나 보니
시절인연은 원래 '모든 현상은 때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의 불교용어라고 한다.
멜로디도 좋고 가수의 목소리도 좋아 후에 노래 가사를 정독(?)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봤다.
가사 때문인지 나의 정돈되지 않은 내 머릿속 생각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꾸 다시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오고 감 때가 있으니 미련일랑 두지 마세요
좋았던 날 생각을 하고 고마운 맘 간직을 하며
아아아 살아가야지 바람처럼 물처럼
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인연
친구가 멀어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별에도 웃어주세요
좋았던 날 생각을 하고 고마운 맘 간직을 하며
아아아 살아가야지 바람처럼 물처럼
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인연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그간 내가 만들어 유지해 오던 관계들에 쉼표나 마침표가 찍혔다.
쌓인 오해를 푸는 노력 대신에 자연스럽게 멀어짐을 택한 경우도 있고,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게 이유가 돼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고,
원래도 썩 잘 맞는 관계는 아니었는데 애써 맞춰가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멀어짐의 이유가 꼭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몇 가지뿐이겠나...
처음에는 내가 맺어온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게 너무 이상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서로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가 문제인가? 내가 말실수를 했나? 내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했나? 불편함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변화가 생긴 모든 관계에 내 탓을 하자니 그것도 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어느 날 문득 '그냥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워야 할 아이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데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관계나 인연에 애쓰는 게 마치 허공에 정교하게 돌 던지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나 혼자 구태여 관계를 매듭지을 필요도 없고 어느 좋았던 날들처럼 허울 좋게 만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노랫말이 내게 위안이 됐던 건 과거 인연을 붙잡으려다가 포기한 내게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래. 그래서 시절인연이라는 게 있는 거야. 앞으로 네 인생에 올 시절인연을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알게 된 덕분에 모든 관계를 이고 지며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시절인연(들)에게
잘 살다가 인연이 닿고 때가 맞으면 그때 또 만나요.
형식밖에 남지 않은 관계 같아 불편함에 나는 몽니를 부렸는데
사실은 저물어가는 인연을 억지로 끌어 세우려고 한건 다름 아닌 나였네요.
좋았던 날 생각을 하고 고마운 마음 간직을 하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