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고 싶을 땐 주식을 사

나의 재테크 이야기

by 루이지애나미술관

내가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지금이야 유튜브도 있고 재테크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20년 전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분야의 정보가 폐쇄된 공간에 숨어있었던 것도 아니긴 하지만 오늘만큼 정보 접근성이 매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나보다 한 살 많았던 그 오빠는 일찍이 주식에 눈을 떠서 대학도 안 간 고등학생 시절부터 기업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오빠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주식이나 기업 얘기를 할 때 신나게 호응해 준 사람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학교도 경제 금융 쪽으로 진학하지 않은 그 오빠는 대학 졸업 후 증권가에 입성해 잘 나가는 증권맨이 됐다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도 나는 간접적으로 주식을 접했다.

내가 알고 지냈던 한 사람이 있는데 부모님이 주식을 해보라고 100만원을 줬다는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돈을 잃든 벌든 상관없으니 그 100만원으로 주식 공부를 해보라는 취지로 부모님이 돈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도 나는 이렇다할 생각이 없었다. 기껏해야 '주식을 해보라고 100만원을 주는 부모도 있구나' 정도의 감탄정도? 그 사람이 100만원으로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 다같이 주식해서 돈 벌어보자'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요즘 반도체 분위기가 좋다고 하니 그쪽 주식을 사자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의 주식 이야기는 육아와 맞닿아 있어서 돈과 육아를 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참고로 나는 본격적으로 주식을 한 지는 햇수로 7년 정도 됐다)


첫 아이를 낳고부터 지금까지 나는 쭈욱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내가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당장은 우리 가족이 살기에 경제적으로 큰 지장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오늘을 살고 있고 '아무 일도 없는' 요즘 같은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산다. 머지않은 날에 나도 경제활동을 할 계획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간접적 경제활동은 주식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 사람마다 가중치를 두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해 주식을 한다. 우선 나는 기업 공부를 하는 게 정말 재밌다. 기업에 관심이 있으면 뉴스를 볼 수밖에 없다. 뉴스를 보다 보면 관심 기업이나 꼭 경제 뉴스가 아니어도 다른 분야 소식을 같이 접하게 된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정보가 쌓이면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내용이 연결되어 머릿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나는 이런 공부의 과정을 썩 즐기는 편이다.


앞으로 파도처럼 밀려 들어올 아이들 교육비 압박도 주식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주식이 만능키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식의 교육비는 '정해진 미래'다. 정해진 미래 속에서도 내가 알 수 없는 건 그 규모다. 누구는 자식 전지훈련 때문에 집을 팔았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미국에 유학 간 자식에게 보낼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느라 적지 않은 나이에도 쉴 새 없이 일한다고 한다. 내 자식들은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교육비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기를 보내게 될는지는 몰라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 일도 없을 때 심어둔 씨앗이 5, 10년 뒤 진짜 돈이 필요할 때 열매를 맺어서 교육비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기준으로 세운 나름의 주식 매매 철학이 있다.

1. 단타는 안 한다.

2. 은행 예금에 넣을 돈을 공부한 기업 주식에 넣고 묵힌다.

3. 배당금은 매해 증가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내가 주식을 하는 이유와 나만의 주식 철학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한 번 두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 물건을 사면 이 정도 재미나 만족감이 들 것 같고 이 주식을 사면 새로운 가치가 생길 테니까 이 주식을 사야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수중에 있던 돈이 주식 대금으로 사용돼서 없어지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미련도 쉽게 사그라든다.


20년 전 고등학생 때 그 오빠처럼, 15년 전에 그 지인처럼 일찍 주식에 눈을 떴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식 폭락이라는 매도 뭘 모를 때, 소액일 때 먼저 맞는 게 나았을 테고, 기업 공부는 일찍부터 가볍게 한다고 손해 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물건 대신 공부한 기업 주식을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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