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태도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다정함에 관한 단상

by 루이지애나미술관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킬 때 오며 가며 한 번씩 만나는 아이 친구 엄마 A가 있다.

어린이집 같은 반에 아이를 보내는 인연일 뿐 A에 대해 특별히 잘 아는 것도 없고 따로 만나 커피 한잔 한 적도 없다. 단체 모임이 있을 때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하는 정도 사이다.


출산 후 알아가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내 의지로 맺는 나의 관계보다 아이를 중심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많아진다. 관계를 맺을 때 적극성보다는 적당함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느낀 바 그렇다.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아이 친구의 보호자들과 '적당한' 사이로 지내는 가운데 앞서 말한 A와 인사를 나눌 때는 기분 좋은 특별함이 느껴진다. 한두 마디 인사를 나누어도 살갑게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다. 아이를 대할 때나 선생님을 대할 때나 아이 보호자들을 대할 때나 다름없이 정겹고 다정해 보인다. 나였으면 멀리서 보고 대충 눈인사만 하고 지나쳤을 상황인데 A는 인사 한마디, 대화 몇 마디를 나누기 위해 '굳이' 걸어온다. 그런 행동이 부담스럽기보다 곰살맞게 느껴진다.


세상에 사람을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 엄마가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더 다정하다기보다 단 몇 분 아니, 몇 초라할지라도 상대방을 대할 때 살갑고 따스한 태도가 묻어 나온다는 게 인상 깊었다. 그 엄마를 알고 지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묻어 나오는 그 태도가 가식이 아니라 몸에 밴 따뜻한 기운 같아 보인다.


나는 성격이 겉으로 드러나기를 그리 살갑지는 못하다. 마음을 표현함에 있어서 약간의 주저함이 있고 조심성이 많다. 타고난 성정이 그러한 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달라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내 성격이 이렇다 보니 먼저 아는 체하고 살가운 에너지를 주는 사람에게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살가움, 정겨움, 곰살맞음, 상냥함 같은 무형의 에너지가 공부처럼 배워서 완전히 내 것이 된다면 누군들 가지지 못할까. 언뜻 생각하건대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언어를 가다듬고, 표정과 눈빛이 탁해지지 않게 신경 써야 좋은 기운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을까 싶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마치 앉아있을 때 항상 몸에 신경을 써야만 구부정한 자세가 스멀스멀 나오는 걸 막을 수 있듯이 말이다.


나는 A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속에 좋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A의 태도를 보면서 느끼고 A의 자식, 그러니까 우리 아이의 친구를 보면서 또 한 번 느낀다. 내가 그 아이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만 그 아이에게서도 엄마만큼 살가운 면이 많이 느껴진다. 어떤 특별한 면면을 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지극히 기본적인 태도다. 아침에 만나면 밝은 얼굴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선생님이나 어른을 보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고,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하는 그런 부분이 참 예뻐 보인다.


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정한 태도가 몸에 깃든 사람에게서 품위를 느낀다. '어떤 사람'이라고 꼬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한 사람이 쓰는 언어나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긴급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모습,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의 모습 등에서 내 주관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람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노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도 다정한 태도가 몸에 밴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A의 가정에 큰 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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