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병가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팅게일 Mar 16. 2024

패닉어택에서 벗어나는 방법

병가일기 #7

패닉어택에서 벗어나는 방법(feat. 내가 링크드인을 통해 배운 것들)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패닉 어택을 꾸준히 경험 중이다. 최근 패닉어택 상황은 늘 같았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주로 아침)+ 집안일 혹은 아이를 돌보는 일 + 남편. 이 세 가지가 맞물렸을 때 남편의 아무 생각 없는 한마디에 트리거 버튼이 눌리고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그 상황에 빨려 들어가면 나는 10년 전 불행을 경험한다. 뇌는 실제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지 과거에 일어난 일인지 구분을 못한다고 한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과 사람인데도 10년 전 최악의 상황에서 당시 해결 하지 못한 내 안의 숨어 있던 감정들이 마구 밀려오고 어릴 적 어머니에게 이유 없이 맞아 울고 있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참으로 대 환장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 갑자기 내팽개쳐진 느낌과 더 살아서 뭐 하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는 곧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진다. 가슴이 턱 막혀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을 꽉 조이는 느낌과 백 미터 달리기를 하고 온 것처럼 심장이 곤두박질친다. 나의 경우 가슴 한가운데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그 순간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손을 꼬집는다. 들리기에 이상하지만 그래야 조금 안정이 된다. 의사와 테라피스트에게 상담하니 사람은 감당하지 못할 고통을 경험하면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방편을 찾는다고 했다. 나의 경우 고통을 또 다른 신체적 고통으로 분산시키려는 것 같다고 이것은 건강한 방법이 아니니 그 상황이 왔을 때 주먹에 힘을 주거나 팔 근육과 코어에 힘을 주라고 했다. 몸이 그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이 동작을 연습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이 조언을 그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의사나 테라피스트가 말해준 특정 자세 연습은 내가 패닉어택 상황에서 '해야 할' 건강한 방법일 뿐이지 반드시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 상황에서 이 방법보다 더 빠르고 편한 방법은 손을 꼬집는 것이다. 내 안에 무언가가 가득 차서 곧 터질 풍선만큼 빵빵한데 손이라도 꼬집으면 조금이나마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 순간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몇 달 전 올린 병가 일기#6에 Eunjoo Kim 작가님께서 '나는 나에게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다. 이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내가 나에게 엄마가 되어준다'라는 이 참으로 놀라운 사고 전환 덕분에 나는 패닉 어택 상황에서 더 이상 손을 꼬집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나에게 엄마가 되어줄 것이라면 절대로 그 상황에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것이 힌트가 되었다. 이후 아무리 답답하고 통증이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어떻게든 테라피스트가 알려준 방법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어제 경험한 패닉어택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나는 병가를 내고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사일기를 약 두 달간 쓴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과거의 불행을 매일매일 반복 재생하며 하루를 보낼 때라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내게는 고역이었다. 쓸 때마다 구토가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오늘 나의 가족에 감사합니다'와 같은 반복적인 내용에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아무 의미 없어 보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주호 (Philip) 대표님과 Joanne Chaewon Kim 님, 김재승 金載昇 Jaeseung Kim 님께서 올리시는 감사일기 내용을 보니 과거의 내 감사일기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사실 감사일기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하고 감사 대상에는 한계가 없었던 것이다!


혼자만 보는 용도로 쓰는 글과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는 글은 차원이 다르다. 나도 내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인 것 같아 꺼렸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눈이 생기는 큰 장점이 있다. 거기다 다양한 분들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본래 감사일기도 혼자만 쓰려고 했다. 나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부담되고 어쩐지 내용이 작위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우연히 이주호 (Philip) 대표님께 감사일기를 링크드인에 올려보라는 조언을 받아 용기를 내었는데 웬걸 장점이 훨씬 많았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시작이 매우 어려운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하면 책임감 때문이라도 해낸다. 그렇게 시작한 감사일기가 하나의 책임감과 약속이 되어버려 나도 모르게 하루종일 감사할 거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쓴 관계에 관한 글을 통해 내가 과거에 '죽음명상'이란 것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감사일기와 죽음명상이 합쳐져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며 오늘 하루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오늘이 내 인생에 마지막 날임을 다짐한다. 그리고 하루종일 그 생각으로 감사일기를 쓰기 위해 감사함을 찾아낸다. 그러니 모든 것이 귀찮지 않아 졌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굳이 무언가를 더 찾아 하게 되고 감사일기를 써야 하니 감사함을 억지로라도 찾아낸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이미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살아야 한다. 감사일기를 위해 감사함을 짜내니 감사함이 가득한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패닉어택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찾는 그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간 경험한 패닉 어택에서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단 패닉 어택상황에 이르면 그간 느낀 모든 불행이 닥쳐와 부정적인 사고로 가득 차는데 그런 와중에 감사함을 찾다 보니 부정적인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 그 상황으로부터 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하나의 관점에 갇히지 않으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링크드인을 통해 패닉어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안의 비판과 조소의 목소리 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