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Vulnerability) 드러내기와 라이팅게일 의 탄생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몇 년, 이후 이어진 병가 기간 동안 링크드인의 다른 분들의 포스팅을 보며 고민만 1년을 넘게 하다 Tyson Junho Moon님, HO YOON (윤 호)님, Yuri Kim (김유리 ICF ACC, SCPC)코치님의 격려 덕분에 작년 8월부터 #링크드인 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른여덟이란 나이에 회사라는 조직에 처음 들어간 저는 다른 분들께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유별났던 개인사와 병가 중인 사실이었죠. 개인사는 제쳐두고라도 병가일기는 많은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번아웃, 공황장애 및 우울증에 대해 느낀 점과 극복하는 과정을 꼭 나누고 싶었습니다. 링크드인에 연결되어 있는 회사 동료와 가끔씩 연락 오는 헤드헌터들이 있어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지만 이왕 하는거 저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용기 내어 지난 9월, 병가일기를 올렸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께 닿았고 특히 동경했던 Eunjoo Kim 작가님께 제 글이 닿은 사실은 떠올릴때마다 감동입니다. 병가 일기의 첫 포스팅은 올리자마자 만 삼천뷰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5개월간 저는 비약적인 정신적 성장과 신체적 회복을 했습니다. 날것과 다름없이 솔직하게 쓴 저의 글로 귀한 응원을 받았음은 물론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렸다는 점에서 가슴이 벅찼고 다른 분들의 #연약함(Vulnerability)을 드러내는데 용기를 드린 것 같아 무한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꺼내주신 아픈 이야기들, 개인적으로 받은 메시지들, 귀한 댓글과 지난 5개월간 쓴 글을 통해 배운 점은 사람들은 저마다 고군분투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단기간 이룬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세대 간 자라온 환경의 큰 차이로 세대 갈등이 심합니다. 링크드인에는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고 나눠주신 글들을 통해 나와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모두가 시대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근대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아버지께서는 평소 사상의 부재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이, 역사적으로 한국은 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한국을 독특하게 발전시킨 토대가 되었죠. 아버지께서는 근대에 이르러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유교는 자연스레 붕괴되었고 그것을 대체할 만한 철학이 사라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 부재하는 시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캐나다에 오기 전 강남 8 학군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 무자비한 상대평가와 더욱 심화된 입시 제도를 보며 한 개인으로서 마음 아파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꼈는데요.
이 무한 경쟁이 어디서 온 걸까 생각해 보면 사상의 부재와 전쟁의 폐허로 인해 자연히 우선순위가 된 '잘 살자/나라를 일으키자'라는 목표와 맞물려 자본주의가 사상의 빈자리를 빠르게 대체했고 그 가치 아래 존엄성보다는 성공과 부에만 집중한 결과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의 실패나 가난은 흠으로 치부되는 문화가 생긴것은 아닌가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잘난 엄마친구아들/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남들의 좋고 훌륭한 점만 비교 듣고 자라 다른 이들의 실패나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는 것마냥 미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부족함을 드러내면 바보 취급을 받거나 되려 나를 향한 공격으로 돌아오는 다소 비열한 문화로 인해 #연약함(Vulnerability)을 드러내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부작용으로 실패나 힘든 일을 겪을 때 남들은 이런 것 겪지 않고 모두가 성공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움츠려들거나 불행을 확대해석 하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그랬어요. 실상은 모두가 부족한 면이 있고 힘든 일을 겪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실패한 엄마친구 딸이 되려고요.
글을 통해 다른 이의 실패와 어려움을 공감하고 응원하며 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과 타인의 실패에 너그러워지는 위대한 꿈을 소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얼마 전 우리의 #얼굴천재 #세상을바꾸는스타트업을 도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계시는 Simon Han (한성희) 대표님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라이팅게일 이라는 멋진 필명을 제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간호사를 소명으로 삼아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돕고 당시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던 나이팅게일처럼 저는 글로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실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서는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또한 다른 새가 흉내 낼 수 없는 목소리를 가진 나이팅게일 새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출간한 작가도 아닌데 저의 이런 거창한 다짐이 쑥스럽지만 Simon Han (한성희) 대표님께서 공유해주신 김태현 taehyun 님의 '#리더는_스스로_리더라고_자각을_하면서부터'라는 글 덕분에 출간한 작가가 아니어도 시대에 대한 고민과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돕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제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현 taehyun 님)
앞으로 저는 #라이팅게일 이라는 이름으로 저의 연약함을 더욱 드러내며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글을 쓸 계획입니다.
지난 5개월간의 링크드인 활동을 통해 드디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아 너무나 행복한 요즘입니다.
Special Thanks to:
'#라이팅게일'이라는 눈물날만큼 멋진 필명을 선물해 주신 Simon Han (한성희) 대표님 감사합니다.
'#인본주의세상을꿈꾸며'라는 글로 오랫동안 시대정신과 역사 인식이 부재한 상태로 잠들어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신 Philip (이주호)대표님 감사합니다.
#멋진역사학도로서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글을 나눠주신 Taeksu Kim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