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에 대한 고찰 #2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지난 6월 3일은 감사일기를 쓴 지 87번째 되는 날이었어요.
지난 글에 이어 감사일기의 두 번째 긍정적인 효과로 '트라우마 극복하기'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 올린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게는 집안일과 육아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이렇다 할 정서적, 경제적 독립도 없이 도망치듯 집을 나와 다른 이의 품에 뛰어들었고, 준비 없는 출산 및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혈기 왕성하고 의욕이 넘쳤던 26살의 저는 나만의 가정이 생긴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할 수 있을 거라 여겼고 실제로 해내긴 했습니다만, 지난 16년간 제 마음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로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거기다 반대하는 결혼 직후 부모님의 간섭이 줄기는커녕 더 심해졌습니다. 당신들께서 바라는 미래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으니 '네 인생은 끝났다, 여자는 애 낳으면 끝나는 거야. 너 이제 어쩌려고 하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고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남편은 꼭두새벽에 나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나 돌아왔죠.
남들보다 일찍 출산을 경험했던 저는 제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습니다. 출산 후에도 서투른 솜씨로 살림을 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여 피로도가 극에 달해 대상포진에 호르몬 불균형에 자궁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 몸무게가 89킬로그램까지 나갔습니다.
이 와중에 부모님과의 갈등은 더욱 심해져 절연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당시 신입사원에 정신없이 일했던 전 남편은 저의 살림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제가 할 수 있는데 마치 꾀를 부리는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가 7개월이 되었을 때 과외를 시작으로 기간제 교사까지 커리어를 힘겹게 일으켰는데요. 교사로 근무를 시작할 때 당시 아이는 세 살이었고 모든 신입사원이 그렇듯 교사도 첫 한 두 해는 신입 교사로 배움과 적응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는 행사도 많고 수업 준비도 잘해야 했는데 배움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저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늦게까지 수업 연구도 하고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리니 그 마음을 접고 때가 되면 집에 와야 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 없이 사회 초년생이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엔 적어도 신임 교사는 아니었는데요. 저처럼 아이가 있으면서 경력이 전무한 교사는 저뿐이더라고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까지 돌보려고 하니 너무 슬펐습니다. 자연스레 항상 제 마음은 다른 사람들처럼 원 없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고 뭔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안고 살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과 집안일을 저를 방해하는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이혼이 진행된 후 아이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서 돌봐주셨기에 상황은 조금 나아져서 잘 모르고 있다가 캐나다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나서 보니 제게 그것들이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훌쩍 커서 손이 덜 가는 고등학생이 되었음에도 저는 여전히 10년 전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요. 자상한 남편이 조금이라도 집안일에 소홀하는 모습을 보이면 분노가 치밀었고 신세 한탄으로 이어졌습니다. 과거의 전 남편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패닉 어택 버튼이 눌렸습니다. 저는 과거에 계속 살고 있었어요. 이게 문제라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테라피스트나 의사에게 상담하니 현재가 다르다는 것을 무의식에 주입하고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는 연습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참 더디게 좋아지더라고요. 사람은 집안일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고 특히 제 현재 상황에서 집안일이 하는 일의 전부인데 지옥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집안일이 나를 찌르는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제 마음은 늘 화로 가득 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안일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집안일을 안 하면 자괴감이 들었죠. 지금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이마저도 안 하면 어떡하냐-라는 자책 회로가 만들어졌거든요.
제게 필요한 건 현재의 잘못된 인지를 바로 잡는 것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감사일기를 쓰고 난 후 집안일에 대한 분노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매 순간에 집중하는 힘이 커졌습니다. 매 순간 집중하다 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남편의 배려가 보였고 제 상황이 확실히 과거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트라우마는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특정 상황에 이르면 손 쓸 틈도 없이 자동적으로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대로 과거로 날아가 당시 감정을 불러오고 경험하게 됩니다. 현재 제 상황이 과거와 달라진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저도 모르게 해당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과거로 돌아가버리니 참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일기를 쓰며 현재에 머무는 시선이 길어지면서 성급하게 과거로 회귀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를 더 많이 누리고 감사함을 느끼니 집안일이 그냥 단순한 일처리로 변했고 오히려 집안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을 돕고 챙긴다고 생각하니 집안일은 제게 새로운 의미 있고 귀한 일로 변했습니다. 집안일은 매일 마주하는 트라우마였고 고치기가 참 힘들었는데 감사일기로 극복한 셈입니다.
저는 감사일기로 제 자신을 리프로그래밍하고 있습니다.
#라이팅게일 #감사일기효과 #트라우마극복하기
P.S 혹시 저의 감사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 그램 아이디 @Wiringale42 혹은 링크드인 주소 https://www.linkedin.com/in/yonghee-kwon-%EA%B6%8C%EC%98%81%ED%9D%AC/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