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금요일 아침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오늘은 4년 차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로서 여러분들께 정신과 상담에 관한 저의 경험을 나누려고 해요.
한국도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고 정신과 진료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예전보다 SNS에서 정신 건강에 관한 글이나 경험담 등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정신과 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불이익이 생겼던 과거와는 달리 달라진 인식에 감사하단 생각이 듭니다.
꼭 정신과 상담이 아니더라도 일반적 '상담'이나 '코칭' 이란 단어들도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생소한 영역이 아닌 한 번쯤 받아 보셨거나 생각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신 줄로 압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상담, 특히 정신과 상담을 뭔가 대단하고도 특별한, 별거 아닌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경험한 상담은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나 자신과 진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자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감 없이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나 가족에게 상담합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다는 건 하루 24시간이 특정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고 평범했던 하루가 힘겨워집니다. 그 생각이 떠나질 않으니 일상에 집중도 잘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빠졌다면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보통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땐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들어 좋은 선택을 하기 어렵습니다.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명하지 못한 저는 그랬어요.
무엇보다 힘든 일을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상담하면 나를 아껴주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감정이 섞이게 되고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듣기도 어려울뿐더러 저도 백 퍼센트 솔직하기 힘듭니다.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엄청 심한 상태라 가뜩이나 제 자신이 아주 창피하고 무능해 미칠 지경이었거든요.
어려움에 빠졌다는 건 그 일이 해결되기까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의 이혼 소송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이혼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혼 소송도 당황스럽지만 결국 2심까지 갔어요. 소송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소송이란 결국 시간 싸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개미 눈곱만큼 진도를 나가고 또 다음 기일을 잡아요. 아주 미칠 지경이죠. 그리고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데 견디는 것 자체도 너무나 대단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견디는 것을 넘어 이 고통은 기회 삼아 상처가 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을 돌보며 무엇보다 헝클어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스스로에 대해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이혼 소송의 3년간의 시간 동안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책도 읽고 고군분투했습니다. 심지어 저자를 만나기 위해 호주 명상센터에 가보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진짜로 나 자신을 마주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배움의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매일매일 떠나지 않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 친구를 만나 하소연하거나 TV를 보고 폭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일을 만든 것이 모두 내 잘못이라 생각해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하늘을 찔렀고 나 자신에 대한 돌봄 같은 것도 사치스럽게 느껴졌죠. 안 그래도 상황 자체가 이미 나를 처벌하고 있는 데도 그에 더해 스스로를 벌주려고 했습니다.
물론 상처가 나고 있을 때는 고통스럽기에 TV 보기나 친구 만나 하소연하기 등과 같은 진통제 같은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잠시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 그날 하루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될진 몰라도 나를 알아가는 노력은 아닙니다. 저는 그랬어요.
지난 4년간 환자가 되어 보니 반강제로 상담부터 시작했습니다. 한창 어려움이 있을 땐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상담을 막상 받아보니 제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그냥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맥락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귀한 창구였습니다.
지난 4년간의 회복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은 병은 의사나 상담사가 고쳐주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그 누구도 나를 고쳐줄 수 없어요. 그분들의 가이드와 도움이 진짜 약이 되려면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땐 다 알겠어도 실제로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선 자기 주도 학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요. 의사나 상담사를 꾸준히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3년간 같은 의사선생님께서 상담해 주시는데요.
그날도 제 부모님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제가 늘 잘못했다고만 생각해서 가족들의 구박이 어느 정도 당연하다 여기고 있었나 봐요. 제가 말을 마치자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당신 참 외로웠겠어요."
외로움.
제게 무척이나 낯선 단어였습니다. 그제야 그분의 말 한마디에 제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모든 것이 제 잘못으로 생각해 자기혐오가 심했는데 사실 이 세상 모든 일에 절대적으로 제 잘못만 있는 일이 어딨겠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그러나 고통스러운 사건은 그렇게 판단력을 흐립니다. 그건 내가 못나거나 멍청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상담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고, 판단 받지 않는 환경에서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치유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 상담뿐만 아니라 상담이나 코칭을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사랑을 담아,
라이팅게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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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_Will_Never_Walk_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