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날려보내는 나무처럼

by 라이팅게일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시나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저는 지난달 말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바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특히 평소에 불안 증상이 있는 제겐 더욱 그렇습니다. 보통 불안이나 긴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낍니다. 큰일을 앞두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그렇죠. 불안 증상이 있다는 건 특별한 이유나 상황이 없을 때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심해지면 두근 거림 등과 같은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불안 증세가 지속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마치 아메리카노 10잔 마신 느낌이라 원치 않은 각성효과가 있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지난 4년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특히 8개월 전부터는 수영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여러 노력들이 합쳐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는지 이제서야 루틴 만들기가 가능한 몸이 되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지 3주 차에 접어드는데 무리 없이 편안합니다.


제 프로젝트에서 핵심은 알람 없이 일어나기예요.


아무래도 알람은 몸을 억지로 깨우는 느낌이죠. 알람 없이 일어나야 하는 만큼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예전에 일어날 땐 '아 일어나야 되는데' 하며 스스로를 억지로 깨우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몸에 맡깁니다. 그러면 서서히 잠에서 벗어나고 천천히 눈을 뜨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게 눈을 뜨면 충분히 잘 잤다는 느낌이 들고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고 싶지 않더라고요. 거기다 눈을 뜨면 6시, 늦어도 7시라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물을 끓이고 레몬 한 개를 짜서 미지근한 물에 타서 한 잔 쭉 들이켜고 바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합니다.


얼마 전 글에도 썼지만 지난 3개월간 시 쓰기를 했어요. 시 쓰기라니, 꿈꿔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던 그 일을 어떤 계기로 뜬금없이 시작했고 중간에 공모전이 있어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시 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을 접하며 혼자 고민하며 끙끙대는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도 제게 시를 쓰라고, 공모전에 내라고 강요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처절하게 해야 하는가 싶어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사실 공모전 덕분이에요. 공모전 마감일이 지난달 31일이었는데, 그때까지 시를 다섯 편을 완성해야 했고 마감일이 있는 마지막 주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제출이라도 해보고 싶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마감일 전날 UPS 특송으로 접수한 다음 날인 5월의 마지막 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라 산책을 평소보다 멀리 나갔어요.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날은 제법 쌀쌀했지만 지난 3개월간의 처절했던 노력의 시간들이 걸을수록 뒤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트레일로 접어들기 전 주택가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집 드라이브 웨이에 여기저기 흩어진 씨앗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꽃가루 철인데요, 날개 달린 솔방울 잎처럼 생긴 녀석들이 낙엽 마냥 쌓여 있었습니다.


문득 이 꽃씨를 날려 보낸 나무가 궁금해지더군요. 이 꽃씨의 주인은 대체 어디에 있으며 이 꽃씨가 드라이브 웨이에 떨어진 것을 알까.


불현듯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이 꽃씨를 날려 보낸 그 나무는 겨우내 얼어붙는 추위를 견디며 웅크리고 있다가 마침내 계절이 바뀜에 잎을 피워내 꽃을 피우고 마침내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런 씨앗을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날려 보내지요.


나무는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낸 그 씨앗들이 어느 집 드라이브 웨이에 떨어졌다는 것에 속상해할까요. 그 씨앗을 바람에 띄어 보낸 건 어딘가 흙에 안착해서 싹을 틔우길 위함이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 나무는 실패했다고 생각할까요.


주변을 돌아보니 드라이브 웨이는 물론 트레일, 놀이터, 보도블록, 콘크리트 바닥 등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많은 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자연의 일부가 되겠지요.


씨앗을 심기 위함이란 목적으로만 본다면 실패한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실패했다고 해서 씨앗 만들기를 그만두지 않죠. 그게 나무가 하는 일입니다. 실패든 성공이든 상관없습니다. 사실 관심도 없죠. 나무도, 바람도, 흙도, 이 모든 것을 품는 자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저 우린 이렇게 함께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성공이나 실패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입니다. 나무가 씨앗을 열심히 만들어 날려 보내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듯 저 또한 오늘이란 기회에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어 내어 멀리멀리 날려 보내고 마음껏 도전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을 살아내며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존재의 이유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30일, 저는 지난 3개월간 끙끙 앓아가며 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의 시를 써서 날려 보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그 도전이 땅속에 잘 스며들어 싹을 틔워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나무가 최선을 다해 씨앗을 만들어 내고 그 씨앗이 어디에 닿는지 나무가 결정할 수 없듯 제 도전 또한 그렇습니다.


이 깨달음을 얻은 후 그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뤄왔던 도전들을 무심히 해내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은,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도전의 씨앗은 콘크리트 위에 떨어질 것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게 제 존재의 이유니까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도전을 마음 가득 응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라이팅게일 드림


P.S 오늘 글도 더 잘 쓰고 싶었지만 뜻대로 잘 안되네요. 그냥 이대로 날려 보냅니다. ☺️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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