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통은 혼자 만의 것이 아니다

by 라이팅게일

4년 전 생애 첫 패닉 어택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멈췄다. 팀장으로 승진 이직한 지 9개월, 2년간 맨땅에 헤딩으로 고생 고생하며 겨우 성공한 해외 취업한 지 꼭 1년 만이었다.



멈춘 시간 동안 고통을 맛보았는데 그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헝클어지고 흐트러진 나의 최악의 버전을 아이가 지켜본다는 사실이었다. 패닉 어택이 오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되고 이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은 분명한데 나는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아이에게 최대한 상처 주지 않는 것이 나의 우선순위가 된다. 이는 내가 착하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부모님께 받은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아이에게 그 고통을 준다는 사실이 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먼저 자기 방에 들여보내고 곧 남편을 아이에게 보낸다.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차고나 지하실에 가서 진정이 될 때까지 숨죽여 운다.



패닉 어택이 올 때마다 안 그래도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이 증상에 미칠 것 같고 고통스러운데 이 와중에 마음대로 울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거기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 을 하고 있다니, 다른 증상은 다 참을 수 있어도 패닉 어택은 어떻게 해도 통제가 안 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가 무너질 때마다 아이의 두려움과 걱정이 어린 눈길을 바라볼 때마다 심장이 아려왔고 고통 그 자체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이의 엄마 괜찮냐는 그 말이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결국 미쳐버릴 것 같던 어느 날, 나는 내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한다고, 내 증상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다리 부러진 거였으면 모두가 나를 이해할 것 같다고,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고 아이 앞에서 울부짖어 버렸다.



아이는 울면서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얼마나 사랑하는 데 어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아이가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이에겐 나란 사람 자체가, 내 삶이, 하나의 세계일 텐데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사실 머릿속으로도 몰랐나 보다.



나는 아이의 그 말에 '내가 고통에 눈이 멀어 나만 생각했구나'라는 반성과 같은 훌륭한 생각보다는 이 세상에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위안이 되었다.



나는 그간 가족들을 위해 혼자만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괴로운 와중에 최대한 의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러기 위해 패닉 어택 중 외로움과 고통이 밀려와도 혼자 숨죽여 울고, 끝없는 불안과 무기력이 하루 종일 기승을 부려도 이 악물고 삼키고 또 삼켰다.



그러나 그런 나만큼이나 가족들도 나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었다.



당신이 살아 있는 오늘은, 이 악물고 나아가는 하루하루는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 모르는 것 같아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어떤 이들에겐 전부이자 큰 의미가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들이 당신을 생각하고 응원하며 마음을 보내며 기도하고 있다. 내가 원하거나 부탁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하고 있다. 그 누군가엔 나도 있다.



당신의 고통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라이팅게일 #Mental_Health_Advocate

#You_Will_Never_Walk_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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