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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Jan 11. 2024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의 은인 

누군가 저에게 인생 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책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책입니다. 

이유는 이 책 덕분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서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인 작가님은 말 그대로 제 인생을 변화시킨 사랑의 은인이십니다. 

7년 전 저는 한국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해 2월 재계약이 무산되어 갑작스레 무직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오랜 이혼 소송을 끝낸 직후의 피로감과 특히 대학 졸업 후 이렇다 할 직장도 찾을 새 없이 임신 및 출산을 하고 이후 준비 없이 시작한 교사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약 10년간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은 터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어요. 

그래서 이왕 백수가 된 김에 잠시 쉬기로 하고 곧 캐나다로 짧은 어학연수 겸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당시 여행에서 돌아와 머뭇거리던 저에게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을 갖도록 용기를 준 책입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두 번째 만남도, 세 번째 만남도 없었을 거예요. 설사 있었을지라도 다른 시간, 달라진 타이밍에 결혼까지 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죠.

저와 매우 가까웠던 제자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이 책을 발견했는데 이후 만나보니 당시 각자의 사랑 이야기로 저마다 이 책에 감명을 받은 상태였어요. 결국 이 책 덕분에 저는 사제 지간을 넘어 지금은 둘도 없이 소중하고 특별한 친구가 되었답니다. 역시나 사랑은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순수한 인간대 인간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지금은 남편이지만 그때는 잠시 머리를 식히러 간 캐나다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이었던 그를 다시 만나고자 두 번째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날, 제자와 함께 작가님을 직접 만나보기로 하고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게 됩니다. 똑똑한 제자가 작가님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찾아 정중히 연락을 드렸지요. 

감사하게도 작가님은 흔쾌히 우리의 만남에 응해주셨고 그렇게 우리 셋은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토론토로, 작가님은 뉴욕으로, 제자는 스페인으로의 각자 새로운 여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2년에 한 번은 꼭 셋이 완전체로 만났는데 당시 모두 해외에 있었던 덕분에 2016년 첫 만남 장소였던 홍대에서 출발해 두 번째 만남은 뉴욕에서, 세 번째는 토론토, 네 번째 만남은 다시 서울 이태원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둘을 만날 때면 옛날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사회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 작가, 독자, 사제 관계를 넘어 7년 넘게 우정을 나누고 있으니까요. 

특히 남편과 결혼하러 뉴욕에 갔을 때 마침 작가님도 뉴욕에서 생활하시던 시기라 감사하게도 책의 배경인 뉴욕에서 작가님을 증인으로 모시고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만났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이죠. 

결혼식 직후 "인생의 희로애락은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사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라는 작가님의 말씀은 많은 일에 부족함을 느끼고 후회하던 저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사랑에 있어서는 매 순간 진심을 다했기에 이렇게 믿기 힘든 선물 같은 순간도 오는구나 싶어 마음이 벅찼습니다. 

작년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이 심해져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혼자 한국에 다녀왔을 때도 작가님이 거의 매일 만나 같이 수다 떨어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핫플레이스도 데려가줬어요. 각자 생활이 있고 바쁜 일상에 제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귀한 시간을 내어 주어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작가님과의 오랜만에 한 통화에서 저를 "자신의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힘들었던 여자"라고 묘사해 주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저의 묘비명으로 딱이겠다 싶더라고요. 멋진 작가 친구 덕분에 맘에 쏙 드는 묘비명도 생겼답니다. 

우연히 본 책 한 권에 용기를 얻어 인생을 바꾸는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감행한 결과 지금의 제 삶은 그녀들 덕분이랍니다. 제 사랑의 은인들이죠. 제게 일어난 마법 같은 일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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