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분에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갑니다.
MAID IN ‘아들, 딸’
2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훈민이와 용돈을 받는 정음이.
주머니는 가볍고 마음은 무거웠을 5월.
어버이날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이 분주했습니다.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모습.
무언가 비밀스러운 작전 회의를 나누는 것 같았죠. 모른 척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 테고, 아니면 둘이 잘 해결할 거라 믿었습니다.
아이들이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생일 선물을 받았어요.
남편은 무슨 아이들한테 선물을 해달라고 하냐고 잔소리했지만요.
그럼에도 저는 갖고 싶은 걸 말했지요. 손 편지도 좋고,
생일 축하 카드도 좋고, 티셔츠, 운동화, 수첩, 책도 받았습니다.
정음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제 사진을 몇 장 달라고 하더라고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 서너 장을 골라 주었습니다. 그리곤 잊었죠.
며칠 후 음악과 목소리를 녹음해 동영상을 만들었더라고요.
그 영상을 보며 펑펑 울었습니다. 제 모습에 아이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그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어."
그 영상을 본 남편이
“나도 만들어 줘!” 질투를 했습니다.
정음이가 아빠를 위한 동영상 한 편을 만들어 선물로 주었지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찾아보곤 합니다.
누군가 작은 선물이라도 주면 부담스러웠어요.
물론 지금도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그때는 받은 만큼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선물할 때 돌려받겠다란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저 제가 고민하고 준비한 선물을 받는 사람이 환한 얼굴로 잘 받아 준다면
저도 기분 좋고 뿌듯하고, 고맙고. 그뿐이죠.
아이들에게 ‘잘 받는 법’, '잘 주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작은 선물이라도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랐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을 때,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살면서 누리는 것들, 익숙해진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잘 받고, 잘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2년 전, 어버이날.
훈민이와 정음이는 앞치마를 메고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밥을 하고, 햄을 썰고, 계란을 부치고. 어설퍼 보였지요.
무얼 만드는 지도 궁금했고요. 아이들 어깨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엄마, 아빠 오지 마. 우리 둘이 할게."
등을 떠밀었어요. 쫓겨나듯 방으로 들어갔지요.
고소한 기름 냄새, 지글지글 무언가를 굽는 소리.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 난리가 났었죠.
“엄마, 아빠! 이제 나오세요. 다 했어.”
식탁 위 커다란 접시에 동그란, 주먹만 한 은박지로 감싼 작은 덩어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봉구스 밥버거처럼 만든 거야. 얼른 먹어봐!”
따끈따끈한 밥버거를 들고 은박지를 한 겹, 두 겹 벗겼습니다.
뽀얀 쌀밥이 보였어요. 볶은 김치, 햄, 계란, 그리고 새콤달콤한 케첩까지!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고소한 참기름 향이 퍼졌습니다.
맛있냐고 묻는 아이들 말에 고개를 끄덕였죠. 말없이 한 개를 다 먹었습니다.
남은 두 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하더군요.
고마웠습니다. 자식보다 손주가 낫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고요.
누군가와 함께 먹는 한 끼는 충분히 특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먹는 한 끼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면 그 순간이 특별할 수 있다는 생각.
잘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잘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히 받아야 합니다. 감사한 마음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하고요.
그러려면 마음을 잘 주고받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표현하는 방법도 배워야겠죠.
예쁘게 말하는 사람을 따라 해 봅니다. 환하게 웃어도 보고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표현하는 연습도 합니다.
부담스럽지도 과하지도 않게요.
덕분에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글빛이음]글빛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