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독립이 필요하다

by 글빛현주


엄마도 독립이 필요하다



딸 정음이는 중학교 때까지 나와 함께 잤다.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골아 우리는 일찌감치 각방을 썼다.

덕분에 딸과 나는 매일 밤 나란히 누워 잠들었다.

잠들기 전 한 시간은 우리 둘의 수다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굴비 엮듯 죽 늘어놓는 딸.

중간에 내가 대답이 없으면 몸을 흔들며 물었다.

"엄마! 왜 대답 안 해. 잠든 거 아니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도 잠든 게 아니고 생각 중이었다고 대꾸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이제 그만 자자며 딸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얼마나 포근했는지.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나보다 10센티미터는 컸던 딸.

이 그 순간만큼은 한없이 든든했다.


그러던 딸이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이제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겠다고 했다.

"어, 그래. 너도 이제 혼자 잘 때 됐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쿨한 척했다. 속으론 왜? 지금? 했지만. 얼마 안 가 못 견디고 다시 오겠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못 견디고 정음이 방으로 건너간 건 나였다.

"정음아, 엄마 여기서 자도 돼? 엄마 방 춥다."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나를 보며 딸이 깔깔 웃었다.

오늘 한 번 뿐이라고 했다. 예전처럼 딸을 꼬옥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아! 너무 좋다. 바로 이 포근함. 그런데 눈이 말똥말똥하다. 이런. 잠이 안 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부스럭부스럭.

잠에 취한 목소리로 딸이 말했다.

"엄마, 나 너무 졸려. 엄마 때문에 자꾸 깬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양팔과 다리를 쭉 뻗었다. 세상에, 이렇게 편안할 수가. 며칠 만에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편안함 속에 허전함이 같이 있었다.

다 큰 아이들이지만, 곁을 떠나면 더 외롭겠구나.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때가 오는 것, 그게 우리가 아이를 키운 이유이기도 하니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먼저 허전함을 느꼈다.


그날 밤, 아이들이 나에게서 독립하듯, 나도 아이들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는 것이 서운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듯,

그 당연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사람은 본디 외롭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삶이다.

누군가 곁에 있어 덜 외로울 수는 있어도, 그 외로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 외로움이 나를 찾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딸의 방에서 돌아온 그 밤, 나는 내 침대가 얼마나 넓은지 제대로 느꼈다.

불편했던 건 익숙함을 잃어서였지, 내 자리를 잃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떠나도 나는 여기 있다. 아이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냥 ‘나’로서.

조금씩 즐기게 되었다. 카페에 가서 맛있는 차도 한잔 마시고. 책도 읽는다.

가끔은 산책도 한다. 문득 다양한 감정이 올라올 때 조용히 그 감정을 마주한다.

그리고 조금씩, 이 넓은 자리를 나로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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