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맨 만큼, 내 땅이 된다.

by 글곰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1호 전화를 받았어.

시험을 마치고 전화했더라.

'아빠 기가 100점. 과학. 영어 1개씩 틀려서 96점이야'

'오호. 잘했네. 자랑하려고 전화했지?'

'응. 맞아. 하하하'


1호 목소리가 힘이 넘쳐서 좋더라.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정말 감사하더라.


시험이라는 건 자신이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찍어서 맞는 경우도 있지만. 찍는 것도 결국 아는 게 있어야 잘 맞더라고.


내가 보낸 시간만큼 결과가 나오는 거야.

운동도 마찬가지지. 우리가 땀 흘린 만큼 건강해지는 거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어.

"노력에는 대가가 따르고 해낸 만큼 내 땅이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그만한 노력을 한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우리 땅을 넓혀가면 되는 거야.

때론 그 땅에 다른 사람과 함께 걷기도 하면서 말이지.


1호가 준비했던 과정을 우리는 봤잖아.

늦은 시간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한 글자라도 더 외웠던 모습 말이야.


아직 6과목의 시험이 더 남았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만약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면, 조금 부족했구나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을 잘 준비하는 거지.


이미 지나간 거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은 있어.

내가 왜 틀렸는지, 왜 실수했는지는 꼭 체크해야 해.


아빠 학교 다닐 때는 '오답노트'라는 것을 만들었어.

틀린 문제를 기록하고 다시 한번 풀어보는 거야.

그렇게 할 때 머릿속에 잘 기억이 되더라고.


실수였을 수도 있고, 몰랐을 수도 있어.

다음에 다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아빠가 앞에서 '해낸 만큼 내 땅이다'라고 말했지.

근데 그것보다 더 마음에 남든 말이 있어.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거야.


어른이 되어가면서 처음 만나는 것들을 어떻게 다 잘할 수 있겠어.

아빠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이게 맞나? 다르게 해 볼까?'라며 헤매는 거야. 계속해보는 거지.

그럼 분명히 너희 땅이 넓어질 거야.

'오답노트'도 헤매는 과정을 기록하는 거잖아.


아빠는 지금까지 헤매지 않았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지냈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거든.

마치 어른이 되는 설명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사람들에게 꼭 맞는 설명서는 없었어.

자기가 헤매면서 설명서를 만들어가야 하는 거였어.


아빠도 열심히 헤매는 중이야.

직장과 가정 속에서 우리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

곧 아빠의 땅도 넓어질 거야.

그러니 사랑하는 너희들도 부지런히 헤매고 다녔으면 좋겠어.

항상 응원할게.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