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마음을 고치는 법.

by 글곰

어제는 아빠가 편지를 못 전해줬네.

미안.


하루를 돌아보고 글을 남기는 것이 큰 감사인데 그러지 못했어.

어제는 너무 피곤하더라.

도무지 컴퓨터를 켤 힘이 나지 않았어.

혹시 기다리고 있었다면 미안하단 말을 전할게.


아빠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기계를 고치는 일이야.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가끔 고장이 나거든.

전화를 하며 해결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그곳에 방문에서 점검을 해주고 있어.


전원만 껐다가 다시 켜면 작동하는 경우가 있어.

복잡하게 꼬여버린 무엇인가가 다시 시작되는 거야.


핸드폰이 느려졌을 때 전원을 다시 켜보라는 말 들어봤지?

그 안에 메모리 등을 초기화시키는 간단한 작업이야.

이 단순한 과정이 기기를 고칠 수 있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지치고 힘들 때 잠깐 리셋을 해보는 거야.

목숨을 지웠다가 다시 살릴 수는 없잖아.


우리에게 리셋은 휴식인 것 같아.

잠시 힘이 들 때 조용히 명상을 취한다던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보는 거지.

혼자 여행을 가는 것도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


이런 리셋을 통해 몸과 마음을 초기화하는 거야.

꽉 차버린 메모리를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렇게 했는데 증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제부터 시간이 필요해.

고장 난 증상을 보고 원인을 파악해야 하거든.

이런 것들은 설명서에 잘 나와있어.


웬만한 고장 증상은 설명서에 다 나와있어.

적혀있는 글만 제대로 읽어도 70~80%는 해결할 수 있어.

사용설명서에 없는 고장도 생기기 마련이야.

이럴 때는 서비스하는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설명서가 있거든.

이것까지 보면 98%는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아.


나머지 2%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야.

이 때 필요한 것은 사용자의 설명과 아빠의 경험이야.

어떤 상황에서 이상한 증상이 발생했는지 잘 들어야 해.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지.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적은 없을까?'

'15년간 일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기억을 더듬어 보지.

그리고 아빠의 메모장을 훑어보기 시작해.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고장은 해결할 수 있어.


아빠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인생에 설명서는 없어.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 고칠 수 있었겠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만들 수 없는 거야.


그렇다면 사람의 상처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그건 경험이라고 생각해.

그 경험이 적혀있는 책들 속에서 우리는 치유받을 수 있어.


나와 비슷한 실패를 했던 사람들이 극복한 과정을 보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책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해야 해.

'나라면 이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질문이 우리를 단단하게 해 줄 거야.

아빠가 기계를 고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고쳐지겠지.


인생에 설명서가 없다고 말했잖아.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책들이 설명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읽고, 생각하면서 너희 꿈을 찾아갈 수 있느니 말이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우리 꿈을 찾아가는 가족이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