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오늘도 쓴다.

by 글곰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네.

어스름한 새벽 눈을 떠서 다시 어두워질 질 때까지

우리는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엄마, 아빠는 직장에 나가고,

너희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잖아.

물론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이 틀린 건 아니고 우리와 다를 뿐이야.

어떤 모습이 좋은지는 각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


너희에게 매일 메시지를 전달한 지 거의 2달이 다 되어가네.

글이 계속 쌓이면서 아빠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


어둠이 짙어지는 지금,

하루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아빠는 참 좋더라.

이전엔 하루를 바쁘게 보내기만 했어.

집에 돌아가서 너희와 잠깐 대화를 하다 잠이 들기 바빴지.


하지만 지난 2달 동안은 좀 달랐던 것 같아.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함께 나누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글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어.

이제 좀 익숙해진 것 같아.


처음엔 열정에 넘쳤어.

글을 쓰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지.

하지만 중간에 '내가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빠한테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보기로 했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매일 해내기로 했어.

귀찮음이 익숙함으로 바뀌니,

아빠가 죽기 전까지 써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일기처럼 매일 쓰다 보니 좋은 점이 있더라.


첫 번째,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게 되었어.


너희에게 줄 메시지를 찾아야 하거든.

일하고, 밥 먹고, 쉬는 시간에도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라며 계속 생각하게 되었어.

좋은 생각은 메모나 녹음을 해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글이 되고 글이 모이면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두 번째, 너희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어.


아빠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봤어.

10대인 너희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렵더라.

사실 아빠는 유행하는 노래, 인기 있는 드라마 같은 것을 잘 몰라.

너희도 알다시피 아빠가 영상을 잘 보지 않거든.


그런데 말이야.

너희가 어떤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더라고.

비록 너희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빠도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매번 아빠가 궁금해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잘 알려줘서 고마워.


세 번째, 쓰는 자체가 감사함이었어.


너희가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항상 입가에 미소가 생기더라.

어찌 보면 잔소리 같은 글이지만,

아빠 마음이 조금은 전달되고 있잖아.


이거 하나만으로도 감사함이더라고.

한 편의 글을 쓰는데 30분 정도 걸리거든.

이 글을 쓰고 있으면 머릿속에 온통 너희 생각뿐이야.


우리 아이들이

오늘은 학교 생활이 어땠을지.

급식은 잘 먹었을지.

추운 날씨에 떨지는 않았을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그냥 감사하더라고.


아빠는 이렇게 너희에게 쓰는 편지 말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올리고 있어.

벌써 2년이나 지났더라고.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었어.

그리고 자신과 약속을 하는 과정이었어.

너희에게 편지를 쓰며 어떤 아빠가 될지 고민하는 것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던 거야.


그런 아빠의 생각을 글로 적는 순간,

실천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기 시작했지.

읽고, 쓰고, 달리는 것 말이야.


너희도 무엇인가 마음이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

일기를 한 번 써보면 어떨까?

종이에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내다 보면,

불안과 짜증이 잠시 사라지는 기운을 느낄 거야.


함께 응원하면서 하루를 글로 남겨보는 우리 가족이 되길 바랄게.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