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기억하고 있을까?
엄마랑 아빠는 10여 년 전에 동네 사람들과 공동체 공간을 만든 적이 있어.
'아지트'라고 부르던 곳이었지.
그곳에 모여 함께 공부도 하고,
아이들 그림 그리기도 알려주고,
악기, 도예 등을 배워가는 공간이었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곳이었어.
때로는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도 있네.
너희들이 어릴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키웠었지.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
그때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엄마, 아빠가 너희 셋을 어떻게 키울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야.
시간이 지나 각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어.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 자랐기 때문에 부모들의 성장을 선택했지.
자연스럽게 공간은 사라졌어.
지금 그곳은 무인 카페가 되어 있더라.
지금 아빠는 잠시 시간이 있어 그 카페에 들어와 있어.
우리가 직접 공사했던 흔적이 남아있더라.
화장실 바닥 타일,
벽면에 설치했던 전기콘센트 등이 여전히 있는 모습을 보며 신기했어.
10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대로 있다니 기분이 좋더라.
며칠 전에는 아빠가 어렸을 적 살던 동네를 지나갈 기회가 있었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야.
그 넓은 골목이 지금은 왜 그리 좁은지 신기하더라.
안타깝게도 그곳은 이제 재개발이 된다고 하네.
골목마다 '철거 예정'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마음이 이상했어.
아빠가 뛰놀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같기도 하더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어떻게 될까?
엄마, 아빠는 너희가 어린 시절 공동육아를 했던 3집과 집을 지었어.
조그마한 5층짜리 빌라에 살고 있지.
코로나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공간이지.
아빠는 이 공간이 너무 소중해.
그래서 아직도 벽에 못질도 하지 못하지.
아빠 몸에 못질을 하는 것 같거든.
너희가 자라면 아빠처럼 살던 곳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커.
꿈을 좇아가다 보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닐 수도 있어.
엄마, 아빠는 여기에 있을 거야.
이 공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을 거야.
너희가 이곳이 그리울 때 언제든 찾아오면 되지 않을까?
물론 재개발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전까지는 너희의 소중한 추억을 지키고 있고 싶어.
따뜻하게 머물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가족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 공간이 아빠에게는 너무나 소중해.
우리 함께 이 공간과 이 안의 사람들을 오래오래 아끼는 가족이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