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기로 한 밤.

by 글곰

"아빠. 친구들은 벌써 7바퀴나 돌렸다던데."


어젯밤 1호와 잠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어.

늦은 시간인데도 영어 단어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감사했어.


고등학교를 배정받고 예비소집일에 무엇인가 가득 담아왔더라.

학교에서는 3년 치 '국영수' 3월 모의고사를 나눠주었어.

3월 입학할 때까지 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


또 하나의 과제가 있었어.

추천해 주는 책을 한 권 읽고 독서기록장을 쓰는 거였어.

아빠는 이런 숙제가 너무 마음에 든다.

조용히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꺼내 줬어.


사실 엄마, 아빠는 지난가을부터 고민이 많았어.

중학교 3학년 중간고사를 마친 후에 아이들은

이미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한다는 말을 들었거든.


11월부터 3월까지 최소 2번 정도 고1 과정을 배운다는 거야.

중학교 과정을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지.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면 안 되는데...'라는 걱정이 있었지.


학원을 가거나 과외 수업을 하려고 준비도 했었어.

근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중학교 때 공부하던 곳에서 고등학교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학습을 하는 거지.

1호와 그 친구가 엉덩이로 공부하기 시작했어.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건,

누가 얼마나 앞서가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오늘 내가 해야 할 분량을 완성하는 이라고 생각해.


어제 1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가 대답했어.

"그 친구는 7번의 수업을 들은 걸까? 7번의 공부를 한 걸까?"

"그런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을 해보자."

"좋았어. 물론이지."

힘차게 대답해 주는 1호에게 큰 감사를 느꼈어.


각자 공부하는 환경과 방법은 다르다고 생각해.

우리가 하는 방법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어.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의 방법이 우리에게 맞는다고 할 수도 없지.


아빠가 학원 다니던 시절,

그리고 최근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었던 때를 돌아봤어.

강의 시간에 졸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


하루 종일 강의를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어.

아빠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칠판 앞과 화면에서 강의해 주시는 선생님을 그저 쫓아가기만 한 거야.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었던 거지.


결국 우리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되더라.

공부든 뭐든 다 마찬가지야.

나만의 방법을 찾아서 그것을 오랫동안 반복해야 해.


그래서 엄마, 아빠는 1호가 하고 있는 지금 방법을 응원하고 있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1바퀴, 2바퀴가 문제가 아니야.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우리 몸에 새겨 넣으면 되는 거야.


인터넷 강의를 열심히 들으면 현금 리워드를 준다고 했어.

며칠 전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는 1호의 말에 웃음이 나더라.

"내가 공부로 돈을 벌었어!!"


아빠가 그 돈 달라고 하지 않을게.

그러니 열심히 한 번 해봐.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엄마, 아빠.

그리고 목사님, 사모님에게 요청해 줬으면 좋겠어.


2호, 3호도 마찬가지야.

힘이 들 땐 언제든 이야기해 줘.


우리가 선택한 이 과정을 함께 응원하는 가족이 되길 바랄게.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