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호가 긴바지를 입었다.

by 글곰

오늘 2호가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축구를 하는 날이라고 했어.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했던 것 같아.


축구를 좋아하던 2호가 얼마나 설렜을까?

그 마음을 생각하니 아빠도 긴장되더라.


운동을 좋아하는 2호.

지금까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며칠 전부터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던

2호는 오늘 긴바지를 입고 갔어.


아빠가 물어봤지.

"반바지 안 입어?"

"선생님이 입고 오지 말래."

"왜 춥다고?"

"아니. 오늘 형님들하고 축구해야 하는데 형님들하고 부딪히면 넘어질 수 있데."

"그렇지. 형님들이 세지"

"넘어지면 다 쓸리니까 오늘은 긴바지 입으라고 하셨어"


체육 선생님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너희에게 말씀하셨을 거야.


이야기를 듣는데 웃음이 나더라.

초등학교 6학년 큰 형님일 때,

겁 없이 뛰어다니는 너희들이었어.

근데 중학교에 가니 완전 막내가 되어버렸잖아.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어.

'준비해서 손해 볼 것이 없다'


반바지를 입고 경기를 하거나,

축구를 너무 잘해서 형님들을 이리저리 피해 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잖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면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겁 없이 덤벼들었다가 상처만 남을 수 있잖아.


모든 상황을 준비하고 시작하라는 것은 아니야.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아무것도 못할 수 있거든.

운동장 흙바닥이 천연잔디로 바뀌는 것을 기다리면

언제 축구를 할 수 있을까?


몸이 다치거나 사고가 날 수 있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해.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위험은,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거든.


너희가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일을 하다 돌아가시는 분이 많아.

그걸 '산업 재해'라고 부르거든.


근데 대부분의 산업 재해는 막을 수 있는 일이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어.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를 잘 쓰거나,

위험한 일을 할 때 2인 이상이 하거나,

일하는 사람이 위험함을 감지하면 바로 중지할 수 있는 것 등이 필요해.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참 안타깝더라.

발전소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김용균 님.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청년.

제빵 공장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청년.


조금만 아주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이야.

체육 선생님이 미리 긴 체육복을 입고 오라고 한 것처럼 말이야.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야.

안전하게 일하고 행복하게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너희의 안전도,

곁에 있는 친구들의 안전도 중요해.

주위를 잘 살피고 위험한 순간이 있다면 즉시 멈추는 거야.


함께 응원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우리 가족이 되자.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가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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