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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게 살아도 삶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by 염동훈

1988년에 8월에 태어났으니 산지 36년이 넘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이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아직 젊어라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어'라고 말한다. 10년 전쯤에는 37살이 어른이고 성숙함을 기대했던 나이라면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30대 후반이지만 마음은 갓 서른 살이 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내 나이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한다. 완전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MZ에 들어가기엔 늙은이다. 마치 영포티(진) 느낌이랄까( '진'은 군대 용어다. 앞에 써진 계급이 곧 된다는 의미로 쓴다). 외모에서 내면에서도 어중간한 나이다. 겉만 보면 30대 초반에 푸릇함을 가지고 있으나 그리 많진 않다. 내면은 또 어떠한가. 20대보다 사회, 경제에 대해 더 알고 있지만 엄청나게 관심이 있지 않으며 독서나 교양에도 큰 투자는 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애매한 나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다양한 경험을 했다. 28살에 결혼을 했고(그때도 이른 결혼이었지만 지금은 고등학생엄빠 수준이다), 32살에 첫아들, 35살에 막내아들을 낳았고, 38살에 9년간 했던 사업을 폐업했다. 결혼, 출산, 폐업. 주변을 둘러봐도 비슷한 나이에 이런 사람은 흔치 않다. 맞다. 삼수도 했다(삼수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에세이란 자고로 솔직함이 전부 아닌가). 20년 동안 별의 별일을 다했다. 내 경험을 솔직하게 가감 없이 브런치 북에 담으려고 한다.


겪은 일 말고 내 관심사에 대해서도 적을 것이다. 직업, 취미, 생각도 써보려고 한다. 살다 보면 문득 몇 가지 생각이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듯이 머릿속을 스쳐 갈 때가 있다. 생각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담아두고 있으면 천천히 휘발된다. 분명히 있었는데 찾아보면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컴퓨터 앞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거나 핸드폰에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영영 찾을 수가 없다. 특히 아침 조깅이나 산책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몇 개월 만에 꺼낸 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뒷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만원 짜리 한 장 발견한 기분이랄까. 작은 돈이지만 갑자기 발견할 때 기분이 좋은 것처럼 멋진 아이디어나 영감이 급작스럽게 떠오르면 즐겁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느낀 좋은 발상과 생각도 적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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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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