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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한다는 것.

도대체 어디서?

by 염동훈


도대체 어디서 카페를 해야할까? 넓고 넓은 대한민국에서. 심지어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 서울에서. 높은 임대료는 덤인 이곳에서. 나는 카페 위치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 로스팅만 하던 작업실이 있었거든요. 작업실 옆 공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공간이 갑작스레 공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매장 이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적한 돈암동 골목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성수나 한남동으로 이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옆 공간이 공실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을 한 끝에 옆 공간을 계약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곳을 계약하고 가벽을 허물고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완전히 다른 카페들과 조금 다른 케이스입니다. 먼저 장사하던 곳에서 확장을 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처음 작업실을 구할 때는 다른 매장들과 크게 차이는 나질 않았습니다. 부동산을 돌아다니고 인터넷에 매물을 뒤지고 이것의 반복입니다. 이 과정에서 갔던 곳을 두번 세번 가는 경우 적지 않았습니다.

첫 매장을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때 당시 저에게는 작은 돈 밖에 없었습니다. 그 동안 모았던 약간의 자금과 대출 자금이 있었는데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한 것은 작은 보증금과 월세, 10평 남짓한 공간이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저는 '며칠 돌아다니면 그거 하나 못찼겠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한 두 다리가 있는데 무서울게 없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29살이었습니다.

다니던 커피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매장 찾기에 돌입했습니다. 저렴한 곳을 찾고 있었기에 비싼 동네는 제외했습니다. 강남, 한남동, 성수 등등 임대료가 비싼 곳은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상권이자, 가장 시간을 많이 보냈던 곳인 성신여대 일대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동네는 제가 어렸을 때 부터 가장 많이 놀던 곳입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20대까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혼 생활도 여기서 시작했으니 말 다했지요. 성신여대를 정하고 그 근처 부동산을 방문을 했습니다.

부동산에 건물을 보러간다는 것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백화점은 손님이 가면 바로 물건을 볼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바로 볼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가까운 건물은 공인중계사와 같이 걸어가서 보고, 거리가 있는 건물을 차를 타고 가야합니다. 이 불편함은 시간이 쌓일수록 피로감으로 변합니다. 부동산을 들어가면 쭈뼛쭈뼛 안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찾는 물건을 말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1000에 50, 커피 볶을거고요. 10평정도요." 이렇게 빨리 말해야 다른 곳도 가볼 수 있습니다. 공인중계사가 "없어요 다른데 가보세요"하면 빨리 포기하고 나옵니다. 나와서는 바로 근처 부동산을 방문하면 됩니다. 만약에 물건이 있다면 같이 방문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조건에 맞는 건물은 서울 하늘에 많이 없었습니다.(이 말을 공인중계사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답은 거의 "없어요 다른데 가보세요"였습니다.

하루 종일 부동산을 돌아다닙니다. 돌아 다니다 보면 대략 5~10% 확률로 괜찮은 곳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곳을 세 곳정도 방문 했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었던 곳들은 같은 이유로 거절 당했습니다. 이유는 커피를 볶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커피를 파는 것은 긍정적인데 볶는 것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볶는 냄새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시 분들도 분명히 계실것입니다. 냄새라는 것은 참 이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냄새로 인식하고 누군가는 아주 고약한 냄새로 받아들이거든요. 커피를 볶는다는 이유로 꽤 많은 거절을 당했습니다. 음식점도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로스팅을 할 경우 건물 벽에 배관을 설치해야 합니다. 주로 고깃집 건물에서 잘 볼수 있습니다. 바로 연기가 나가는 배관입니다. 배관을 설치할 경우 건물 외관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좋아할 일은 아니겠죠. 이 말을 하게 되면 많은 건물주가 거절합니다. 저 같아도 안좋아할것 같습니다. 비싼 내 건물에 이상한 걸 다니까 누가 좋아할까요. 이런 거절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그 다음 스텝은 위의 과정을 다른 지역에서 하면 됩니다. 돈암동에서 저 과정을 겪었다면 보문동 지역에서 또 하면 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의아해 하실수도 있겠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면 되지. 뭐하러 돌아다녀 힘들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반은 맞는 이유는 인터넷'도'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부동산을 뒤지고 밤에는 인터넷을 뒤져야 합니다. 반은 틀린 이유는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이 100% 온라인에 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건물주들은 인터넷보단 친한 부동산에만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그런 경향이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저의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니면서 건물주가 직접 건물에 '임대 010-xxxx-xxxx' 붙여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권리금도 없을 확률 높습니다. 전 임대인 나갔기 때문이죠. 그래서 낮에는 직접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니는 겁니다. 밤에는 물론 인터넷을 뒤져야겠지만요. 이 과정을 다른 지역에서 하고, 없으면 또 다른 지역, 이 과정을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날 때까지 반복하면 됩니다. 여름에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의 조건은 1000/50, 10평이었습니다. (보증금/월세) 물론 그 이하면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이 조건의 맞는 매물은 거의 없었습니다. 2~3개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중에 하나는 지금 매장입니다. 매장을 제외한다면 한두개 정도 되겠네요. 야구의 타자로 비유하면 투수가 홈런칠 확률입니다. 야구와 다른 점은 계속 타석에 들어갈수 있다는 것이죠. 홈런칠 때까지 계속 타석에 오르면 됩니다. 칠 때까지.

저의 매장은 성신여대 역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한적한 주택가에 있습니다. 반대로 안좋게 말하면, 유동 인구가 적은 곳입니다. 성신여대와는 떨어져 있고 성신여고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에는 여고생의 통학로입니다. 평상시에는 한가한 곳입니다. 저의 조건에 맞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보고 다음날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처음엔 작업실로 생각했기에 위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조건에 맞는게 우선이었으까요.

만약 지금 제가 카페를 차리기 위해 자리를 알아본다면 어떨까요? 방법은 똑같이 할겁니다. 다만 위치 선정을 다시 할 것 같습니다. 작년에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오픈했습니다.(그 전에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오픈하고 손님들께서 하시는 말이 "이런데 있구나. 멀다 멀어". 사실 매장은 성신여대 역에서 멀지 않습니다. 인터넷 지도로 보면 막상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성신여대 역에서 로데오 거리(성신여대 메인 거리)의 끝에 있는 카페와 거리 차이는 많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더 길게 느끼더군요. 처음엔 속으로 '멀긴 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가깝지는 않거든요.(멀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를 매장 오픈하고 나서 알게 됐습니다.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A라는 매장은 지하철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역 출구에서 A까지 가는 길엔 옷가게, 카페,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B라는 매장은 지하철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B매장까지 가는 길엔 특별한게 없습니다. B는 실제로는 역에서 가깝습니다. 하지만 B까지 걸어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A매장 가는 길보다 지루할 확률이 높습니다. A매장으로 가는 길은 사람도 많고 음악 소리도 나고 맛있는 냄새까지 날겁니다. 상대적 거리가 가까울수 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이 없는 10분과 스마트폰이 있는 20분의 차이일겁니다.

저의 말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항상 예외는 존재 하니깐요. 저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는 겁니다. 요즘은 SNS을 보고 맛집을 찾아옵니다. 제 매장도 그런 손님들이 많은 편이고요. 아쉽지만 이 손님들은 두번 올 확률은 낮습니다. 한번 가봤으니 다음엔 다른 곳을 찾아서 가실 겁니다. 굳이 한번 가봤고 가장 유명한 것도 먹어봤는데 또 갈 이유가 없죠. 하지만 그 곳에 자주 방문하거나, 근처 사시는 분들은 다릅니다. 멀지 않아서 자주 방문이 가능하죠. 이런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동선이 중요합니다. 집에 가는 길에, 밥 먹고 들어가는 길, 주말에 쉴 때 가려면 동선이 좋아야 합니다. 근처 식당도 많고 볼거리 많은 곳이 좋겠지요.

아직도 계약 했던 날이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돈을 계좌 이체한 날입니다. 태어나서 '계약'이라는 것을 처음 해본 날이기도 합니다.(자취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 계약하고 열쇠를 받고 매장을 처음 봤을때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인생의 2막이 시작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대박나면 어떻게 하지?'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빈 건물을 바라봤습니다. 키를 받고 공인중계사 돌아갔습니다. 마치 뱃사공이 저를 무인도에 떨어뜨리고, 뱃사공 혼자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알아서 잘해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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