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자청) 독후감.
윌라 오디오북으로 들은 첫번째 책은 '역행자'다. 우리나라에서 돈, 자기 계발, 사업에 관련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쓴 책이다. 아마 이 글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로 나도 구독자이다.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나 조차 역행자를 사는 것을 머뭇거렸다. 이미 같은 내용이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자청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자기 스스로 올린 요약 영상이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읽을 생각을 전혀 안하다가 윌라 오디오 북에 있길래 한 번 들어봤다. 참고로 윌라 오디오 북은 어렵고 무거운 내용을 들으면 집중하기 힘들다. 그리고 기억도 나질 않는다. 가볍게 볼 만한 책을 듣는 것이 좋다.
어제 다 듣고 나서 느낀 점은 무엇일까? 역행자는 모조리 다 섞어 놓은 부대찌개다. 여기서 좋은 내용, 저기서 좋은 내용을 마구 섞어놨다. 어떤 내용은 '스틱'에서 다른 내용은 '인스타 브레인'에서 자기가 보고 들은 내용을 모두 짬뽕했다. 어떻게 보면 자청의 독후감인 셈이다. 자청이 읽은 책을 보고 실행하고 성공한 후기 정도랄까? 그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두 가지에 대해 짧게 말해보겠다.
좋은 점. 좋은 내용을 모아두었다. 아무리 좋은 뇌 과학 책이라도 모든 내용이 좋을 수 없다. 지루한 내용도 있고 했던 말을 또 하는 경우도 많다. 중반부로 넘어갈 때는 힘이 빠져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실릴 수도 있다. 자청은 좋은 책에서 좋은 내용을 뽑아내서 역행자를 만들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됐던 내용만을 실었다. 좋은 책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서 성공 후기를 썼다. 마치 동네 형이 성공한 비법을 알려주는 듯 했다. "내가 이렇게 해봤는데 진짜 괜찮았어. 너도 날 믿고 해봐"라고 말하는 듯 했다.
좋은 책에서 알짜배기만 골라서 만든 책이다.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모아두었다. 뇌과학, 심리학, 자기 계발에서 나온 좋은 글을 잘 묶어서 전달하는 책이다. 틀린 점이나 이상한 점이 많이 없다. 이미 검증된 것이니까. 자기 계발, 뇌 과학, 심리학을 묶어서 한 번에 읽고 싶다면 좋은 책이다. 일을 하면서 마인드 셋에 도움을 준다.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사업을 해야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점은 뭐였을까? 독자로서 억지처럼 보였다. 위에서 말한 좋은 형의 예를 다시 들어보겠다. "너 내가 말한대로 했어?" "아니 지금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못했어" "자의식 해체가 안돼서 그래" "아니야. 진짜야. 요즘 너무 힘들었어" "너의 자의식이 나의 이야기를 막고 있네. 순리자구나." 조금 과장을 한 이야기다. 왜 억지같다고 느꼈을까?
자청이 말한 좋은 책은 논증이 있는 책이다. 뇌 과학자, 심리학자, 경영 전문가가 쓴 책들은 논증이 탄탄하다. 무슨 주장을 하기 위해서 실험 사례, 예전에 발생했던 사건을 예로 든다. 설득력을 얻는다. 반면 자청의 책은 어떨까? 논증이 약하다. "내가 해봤더니 됐어" 라는 식이다. 성공한 사람의 예를 들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설득력이 약하니 보는 사람에게 의문이 생긴다. 독자의 의문을 자의식이라고 몰아간다. 자의식 해체가 되질 않아서 의심하는 것이라고.
자청의 설득 과정은 유튜브와 더 잘맞는다. 화면에서 성공한 사람이 나와서 성공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과 다른 사람의 성공 이야기를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 어떤 것을 더 보고싶을까? 당연히 전자다. 성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흥미롭지 않다. '성공도 못해본 사람이 무슨 그런 말을 해?'라는 댓글이 달릴지도 모른다. 맞다. 후자의 영상에서는 논증과 설득이 약하다.
반면, 자기 계발 책에서는 수 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199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제이슨은 자기 차고에서 처음으로 무선 녹음기를 만들었다. 그 녹음기를 가지고 뉴욕 맨하튼으로 갔다' 등의 이야기 말이다. 예시가 지루하게 들릴지도 몰라도 강한 힘이 있다. 많은 사례가 있을수록 주장은 힘을 갖는다. 자기 계발 책에서 성공을 하지 않은 사람이 쓴 성공 이야기는 꽤 있다. 작가는 많은 성공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얻은 이야기를 책에 옮긴다. 어떤가? 유튜브와 다르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한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한 10명, 100명, 1000명의 이야기 더 강한 힘을 가진다.
느낀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는 썸네일이다. 찌질했던 학생이 10억을 번 모습을 비포 애프터로 보여주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찌질했던 내가 성공했다' 이런 섬네일을 많이 봤을 것이다.
자청도 많이 보여주는 모습인데. 나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이런 나도 했는데 너는 왜 못해?'라는 이야기는 강요처럼 다가온다. 운동을 취미삼아 하다 보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한심해 보일 때가 있다. '어떻게 운동을 안하지? 진짜 한심하다. 정말 게을러보여'라는 생각이 스칠 때가 있다. 운동을 더 오랫동안 하게 되면 마음이 바뀌게 된다. 직장인이 운동을 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을 하고 만원 버스, 지하철을 타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8~9시간을 일하고 저녁에 운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함부로 짐작해서는 안된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을까? 있다. 자청이 말한 독서와 글쓰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처럼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하다. 특히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가 머리가 좋아지고 지능이 생기고 이런게 아니다. 글을 써서 머리가 좋아지면 모든 작가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세상에는 멍청한 작가도 많은 법이니까. 그런데도 써야할까? 맞다. 써야한다. 꾸준히 많이 써야한다. 왜? 글쓰기가 바로 사업의 중요한 도구니까.
글 쓰기는 도구다. 영상 편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영상 색보정을 해본 적은 있는가? 안해봤다면 편집 능력과 색보정 능력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왜 특별한가? 보통 사람이 없는 능력, 곧 도구를 가졌기 때문이다. 편집자를 돈을 주고 고용하는 이유다. 글쓰기는 어떨까?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나도 쓸 수 있고 당신도 쓸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도구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작가가 쓴 책을 사고, 방송국은 작가를 구하는 것일까?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잘 쓰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카톡으로 친구에게 회사에 있던 일을 써서 보낼수 있지만 누구나 소설을 쓸 수는 없다. 마치 그림 그리기와 비슷하다. 우리가 연필로 못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화가는 같은 연필로 말도 안되는 그림을 그린다. 같은 연필을 썼는 데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우리 삶과 가깝게 있어서 도구라고 못느끼는 것이다.
'글쓰기는 어디에 쓰는데 중요한거야?' 잘 생각해봐라. 좋은 컨텐츠는 글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영상이었을까? 아니다. 대본에서 출발해서 스토리보드로 만들고 영상으로 만든다. 예능도 마찬가지. 작가와 피디가 회의해서 아이디어를 짜고 작가가 글을 쓴다. 애드립이 많지만 중요한 뼈대는 글이다. 유튜브 영상은 다를까? 피식 대학, 숏박스의 영상도 아이디어를 만들고 대본을 만든다. 나처럼 작은 유튜브도 그렇다. 심지어 30초짜리 릴스를 만들 때도 대본을 쓴다.
글의 힘을 알면 무섭다. 네이버에 있는 기사 헤드라인이 우리의 클릭을 유도하고, 광고에 있는 한 문장의 글이 물건을 사게 한다. 애플의 'Think different'가 사람 마음에 들어온 것 처럼. 글은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나도 쓸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를 간과한다.
그렇다면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머리에 들어오는 아이디어의 양은 한정돼있다.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좋은 생각이 샘솟는다면 천재일 것이다. 글쓰기가 아웃풋이라면 독서는 인풋이다. 머리라는 통장에 책이라는 돈을 넣고 글쓰기 할 때마다 출금하는 것이다. 나도 역행자를 읽고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좋은 생각은 좋은 책과 영화, 뮤지컬, 영상으로 들어오지만 그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매체가 독서다. 영상보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 할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자청의 말대로 나는 자의식 해체가 안된 사람일 수 있다. 자의식이 해체가 안됐지만 자청 말대로 글쓰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 다 똑같다고 생각한 마케팅 교육도 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책의 설득력은 약했지만 좋은 글이 있었다. 자기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무언가를 더 얻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