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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 Aug 06. 2020

따뜻한 말 한마디 #5. 내 이름 대고 하세요

배제된 순간에 받은 배려

새로 이직한 회사는 그동안 내가 하던 업무와 같지만 다른 업종이었다. 십 년 가까이를 한 업종의 전 파트를 두루 담당했다면 새로 간 회사에서는 여러 업종의 한 파트를 전문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차이점이 있었다. 새로 할 일이 대학 전공과 더 가까운 일이었고 기존에도 그 파트를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새 직장 사람들의 우려와 편견이 생각보다 컸고 오래갔다.


새 회사 이직 후 한동안은 이전 회사에서 하던 업종에 한정된 일만 도맡아 했다. 처음 받은 업무가 익숙해지고 새로운 업무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심지어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혼자 자리에 남아있던 적도 있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커리어를 확장하고자 이직을 했는데 기존 업무만 하고 있자니 만족스럽지 못했고 새 프로젝트에서는 배제되니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잘못한 건가 다시 이전 직장의 업계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혼자 맘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를 회사에 채용해주신 부서장께서 퇴근하는 길이니 같이 나가자고 하셨다. 집에 가는 길에 짧은 시간 동안에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를 물어봐주셨고 나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부서장님이 단박에 해주신 말씀이 있다.




"내일부터 모든 회의에 들어가세요. 회의에 가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내용을 보고 듣고 배우세요. 누가 왜 회의에 들어왔냐고 하면 부서장이 보내서 참석했다고 하세요."

"내 이름 대고 하세요."


그때  말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셔서 고마웠고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주셔서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일을 못하고 기존 업무만 하게 되면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계속 시도하고 배우고 해내라고 하셨다. 벙어리 냉가슴 앓던 시간들을 위로받는 것 같았다. 윗사람의 권한과 권위는 이런 때에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를 또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날 같이 퇴근하자고 하신 것도 새로 온 부서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지켜보시고 손을 내밀어주신 것이리라...

누군가가 나를 배제하는 순간에도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버티고 살아갈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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