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 회사로 일할 때에는 갑을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일하는 직종도 어떤 회사에게는 갑이지만 대부분은 을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회사에 일을 의뢰하고 그 일을 받아서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만난 한 담당자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몇 살 어렸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했다. 전공도 아닌 업무를 수년째 해내고 있었고 나와 함께하는 일도 처음 담당하는 업무라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배워서 진행했다.
그런 그에게는 고민이 한 가지 있었는데, 전문적인 의학분야를 다루는 회사에서 나와 함께하는 하는 일은 회사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일이었고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서 좀 더 전문적인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처음부터 시작해서 해내 왔던 업무에 대한 애착으로 부서이동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그 후로도 몇 년간을 나와 함께 일했다. 그러는 사이 그가 결혼을 했고 자녀가 생기고 휴직을하고 돌아와서도 우리는 함께 일했다.
함께 일하는 동안 크고 작은 오해들도 있었고 각자 회사 간의 이해관계로곤란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생하는 서로를 보듬어주며 인간적인 애틋함이 생겨버렸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옆자리에 앉아있지만 다른 일을 하는 회사 내부의 동료보다 같은 일을 하는 그와 더 속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로 발전되어있었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작은 쇼핑백을 하나 건네주었고 그 속에는 선물과 함께 카드 한 장이 들어있었다.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혹시 회사끼리 같이 일하지 않게 되어도 꼭 계속 연락하며 지내요."
"일을 떠나서도 저의 선배가 되어주세요"
세상에 많은 인연이 있지만 회사 외부 사람과도 이런 끈끈한 동료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더욱 감사했다. 내가 회사 밖에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다.
오히려 매일 보고 부대끼는 사이가 아니어서 서로 좋은 점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가 매우 좋은 사람이기에 부족한 점도 많은 나를 좋게 봐주고 나의 편이 돼주고 나에게 이런 힘이 되는 말을 해준 것이겠지...
이제 나와 함께 일하지는 않지만 전문적인 분야에서 또 다른 활약을 하는 그의 앞날에 더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그를 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