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정기적으로 인턴들이 들어온다. 일손이 부족해서 일 때도 있고 회사와 연계된 학교의 산학협력으로 방학 때나 휴학한 학생들이 일을 배우러 오기도 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2달 정도 함께 일을 하는 친구도 있고, 보통은 3~4개월의 인턴기간을 마치고 또 다른 인턴이 들어온다.
계속 인턴이 바뀌고 로테이션돼서 나가고 나면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나가서도 가끔 안부를 전하고 찾아오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신기한 것은 나중에 따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같이 일하는 동안 더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보다 의외의 인물인 경우가 많았다.
한 인턴 친구는 항상 말 수 없이 항상 미소를 짓고 수줍어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사무직 인턴이었고 경영학이나 마케팅을 전공한 인턴들보다는 업무가 서툴렀다. 그 와중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출근을 해서 더욱 일을 배우지 못했다. 인턴 후반기에는 취업기회가 생겨 면접을 보내기도 했다. 인턴보다 취업이 더 중요하니 그런 일들을 크게 개념치는 않았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인턴 친구는 가끔 본인의 안부를 수줍게 메시지로 보냈고 반갑게 답장을 했다. 곧 취업소식도 전해왔고 꽤 기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은 한번 찾아오고 싶다고 하여 시간을 맞춰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의외의 말을 들었다.
"그때 제가 일도 미숙하고 다리도 다쳐서 더욱 도움이 못되었는데, 괜찮다고 말해줘서 감사했어요."
사실 난 이 친구가 이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 친구와 일했던 세세한 일들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동년배 선배들이나 인턴 동료들보다 부족한 자신의 실력이 매우 주눅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다리를 다친 그 시기에 우리가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바쁘고 선배들은 뛰어다니며 일하는데 움직이기 힘들어 더욱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 해준 말들이 자신에게는 매우 큰 용기를 주었노라고, 그 덕분에 인턴을 마칠 수 있었다고 얘기를 하니 머쓱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이 친구는 그때 인턴 경험으로 이쪽 업종은 본인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턴 기간 동안이 면접을 본 다른 업종의 회사에 공채로 취업했다고 했다. 인턴기간 동안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업종을 알았던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그래서 이 친구가 가장 알찬 인턴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날 인턴 친구가 본인이 꼭 사고 싶다며 맥주를 샀다.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지금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함께 일할 친구들에게도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더 잘할 거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된다니까 말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