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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Apr 25. 2019

가장 직접적인 노이즈 캔슬링
- dBud 이어플러그

내 일상 속 안온함

얼리어답터에 2018년 9월 3일 발행된 글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리고 차 안으로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에어팟을 꺼내 귀에 집어 넣는다. 아이폰으로 음악 스트리밍 앱을 켜고 늘 듣던 음악을 듣는다. 음악 감상이 취미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사실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무엇이든 소리만 나오면 된다. 지하철 안의 소음만 좀 가릴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결국 소음으로 다른 소음을 지우는 꼴이 아닐까? 



고요함을 찾다. 

dBud 소음차단 이어플러그는 최고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내가 찾아낸 이상적인 해결방안이다. 소음을 마법같이 사라지게 하진 않지만,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줄여주며 부담도 적다. 그리고 보관과 관리가 편한 설계가 소지품의 부담도 줄여준다. 


이어플러그 하면 이미 저렴한 3M의 이어플러그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사실 밖에서 끼우고 있다고 해서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니니 상관없을까 싶을 때도 있다. 3M 말고도 몇 가지 다양한 이어플러그 제품을 찾아봤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 귀를 내어준 이어플러그는 결국 dBud가 됐다. 



두 단계로 소음을 잡다. 

dBud 구성품을 꺼내 보면 마치 완전 무선 이어폰의 패키지를 여는 느낌이 든다. 본체, 본체를 잇는 밴드, 케이스, 그리고 귓구멍 크기에 맞는 실리콘, 컴플라이 재질의 폼팁 6쌍. 구성품만 보면 웬만한 이어폰보다 낫다. 



내게 맞는 재질과 크기의 폼팁을 고른 후 본체에 끼운 후 귀에 착용한다. 귀에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주변 소리가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함께 있는 밴드를 끼우면 목에 걸고 다닐 수도 있고, 안에 든 자석이 서로 ‘찰칵’소리를 내며 맞붙기에 들고 다니기도 좋다. 하지만 나는 이미 완전 무선 이어폰에 물든 몸. 밴드는 고이 패키지에 넣어뒀다. 



만약 dBud의 소음차단이 불만족스럽다면, 커버 부분을 살짝 밀어보자. 부드럽게 슬라이드되며 주변의 소리가 한층 더 줄어든다. 슬라이드가 열리면 15dB, 슬라이드가 닫히면 30dB의 소음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했는데, 정말 차이가 난다. 대개는 슬라이드를 닫고 차분히 있지만, 주변 소리를 어느 정도 들어야 하는 곳이라면 슬라이드를 살짝 열어둔다. 



이어플러그를 왜 쓸까? 

‘소리가 공격적이다.’라는 표현에 공감하지 못했을 때가 있다. 누구는 더 잘 듣고 싶어하는 소리를 왜 가리려고 안달일까? 하지만 우리 귀가 쉽게 피로해지고, 늘 피곤한 상태라는 걸 몰랐다. 그리고 내가 피곤해졌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삶의 문게에 짓눌린 신음을 듣는 일은 듣기 좋은 소리를 떠나 내가 같이 피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 소리가 야금야금 커지면서, 내 귀는 다시 피로해졌다. 이 음악은 내가 선호하는 소리지, 소리를 잠시 피하고 싶은 내게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었다. 



dBud를 꺼내 귀에 꽂으면 그냥 작은 완전 무선 이어폰을 꽂는 것 같다. 3M 이어플러그 같은 귀마개는 ‘네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라는 걸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표지다. 지하철에서 누가 내 귀 밖으로 튀어나온 형광색 폼팁을 보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내 거부의 의지를 형광색으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주로 쓴다고 하는데,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귀에서 쉽게 빠지지 않고 모로 누워도 거슬림이 덜한 점도 dBud를 찾게 되는 이유다. 무척 더웠던 올 여름. 선풍기가 슬금슬금 가까이 오면서 열대야 속 예민함이 최고조에 달했다. 선풍기 팬 도는 소리마저 거슬릴 때, 이어폰을 찾았다. 



유선 이어폰의 터치노이즈와 싸우고, 이어폰에 목이 몇 번 졸린 후엔 완전 무선 이어폰을 찾았다. 그리고 완전 무선 이어폰이 방전되고, 머리에 눌려 두통을 유발할 때쯤엔 폼팁형태의 이어플러그를 찾았고, 매일 한 두개씩 없어지던 이어플러그가 침대와 벽 사이 틈에서 한주먹이 나왔을 때 dBud를 쓰기 시작했다. 



분명 쉽게 살 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dBud를 쓰면서 소소하게 일상이 바뀌었다. 소음에서 완전히 유리되진 않지만, 조금은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 안온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안온함에 들이는 비용으로는 아깝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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