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노동자 Apr 05. 2019

얼리어답터에 다닌다는 건,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된 회사에 다니는 기분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는 단어가 번지던 적은 언제였을까?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면 2010년 초반 즈음에 열심히 들었던 단어다. 그리고 나름 오랜 역사를 갖췄던 이 브랜드(무려 첫 시작이 2001년이라고 한다.)도 다시 한번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진 내가 여기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줄도 몰랐고.


Early adopters as shown in the Rogers' bell curve

얼리어답터는 ‘일찍 도달하는 사람’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는 용어는 경제학에 쓰이는 용어*로, 본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혁신가(Innovator) 이후에 쫓는 일련의 이용자 집단을 뜻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문물을 빨리 적용해보고자 하는 집단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보자면 파워 이용자로 거듭날 소지가 큰 집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얼리어답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아이템을 소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내에 낯선 크라우드 펀딩 제품,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 체험, 제품의 가치 전달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 평소 개인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며, 새로운 제품을 ‘만지는 일’자체를 좋아하던 내게는 꽤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온갖 물건을 다 만져보게 된다. 사진속 제품은 개인 소장품

‘얼리어답터’에 다니면 얼리어답터가 될까?

아직도 현장을 돌다 보면 얼리어답터를 즐겨 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대개 그 이야기는 과거완료형이고, 나 역시 독자일 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가 많아 반가우면서도 민망할 때가 잦다. 볼 만한 다양한 매체가 생긴 탓보다 우리가 덜 기민하고, 덜 재미있어진 덕분이 아닌가 싶어 반성이 앞선다.


과거의 추억과 함께 종종 듣는 질문이 ‘얼리어답터에 다니는 사람은 모두 얼리어답터인가?’이다. 당연하게도 내 대답은 ‘아니오.’ 새로운 제품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잘 근무하고 있다. 물론, 신제품에 관심이 있는 편이 좀 더 즐겁게 일하기 좋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물건을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노는 걸 권장하기도 한다.



명함 색깔마저도 제각각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이 모인 곳

새로운 제품에 관심은 없다해도, 구성원 면면을 돌아보면 ‘적어도 취향은 분명하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남들이 다 좋다니까 사고, 그냥 좋아보여서 물건을 사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이 기능이 ‘내게 쓸모있어 보여서’ 물건을 산다. 호오에 관한 분명한 취향이 있다.


취향은 ‘나’에게서 발아하는 식물이다. 내 경험에 뿌리를 내려, 가지각색의 꽃을 피운다. 경험이 많고 질이 좋을수록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도 높은 영역으로, 넓은 영역으로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이는 ‘나’라는 토양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얼리어답터는 여태껏 속한 집단 중 가장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취향으로 가득찬 정글 같다고 해야할까?



내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들’

여기에 한 숟갈을 더하자면 전문성이다. 내게 우리 구성원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뭔가를 물어볼 때, 기대한 이상의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 여지껏 경험했던 다른 곳과 달리 내 동료에게 배움을 구하는 게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 좋다. 내 취향과 다른 그들의 취향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우리 구성원, 나아가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내 글이 하나의 신뢰도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설사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아 ‘거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 행동 자체로 내 글은 분명한 가치관을 담고 있다는 방증이 되니까.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씨름을 하고, 생각에 잠긴다.



참고

* 얼리어답터는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1957년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Early_adopter

매거진의 이전글 글로 밥 벌어먹고 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